우주로 간 사람 심장세포..유전자 수천 개 발현 달라졌다

이정아 기자 입력 2019. 11. 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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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귀환 10일만에 원상태로 돌아와
케이틀린 루빈스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서 밀폐된 배양접시에 든 심근세포를 관찰하고 있다. 이 세포는 사람의 혈액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줄기세포(hiPSC)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킨 것이다. NASA 제공

우주에 머무는 동안 우주비행사의 심장세포는 변하지만 지구에 돌아오면 대부분 10일내 돌아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시킨 심근세포를 우주에서 관찰한 결과, 미세중력 환경에서 심근세포의 기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내 국제학술지 '스템셀리포트' 7일자에 발표했다. 

hiPSC는 성인의 피부세포처럼 이미 완성된 체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해 역분화를 일으켜 배아줄기세포처럼 다른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만든 줄기세포다. 심근세포가 우주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제 사람세포를 이용해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사람 3명의 혈액세포를 역분화시켜 hiPSC를 만든 다음, 이 세포를 심근세포(hiPSC-CM)로 분화시켜 완전 밀폐한 세포배양접시에 넣었다. 그리고 우주비행사인 케이틀린 루빈스가 심근세포 배양접시를 가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갔다. 여기서 4주반 동안 머물면서 심근세포가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심근세포의 유전자 중에서 2635개의 발현 정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심장박동 패턴이나 칼슘이온 이용 등 심장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다. 또한 세포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우주에 머물 때 더 많이 발현됐다.  우주에 머무는 동안 심장이 미세중력 환경에 맞게 세포 수준에서 변화했다는 뜻이다. 이후 루빈스가 지구로 귀환하자, 세포 대부분이 10일 이내에 원래 지구에 있었을 때의 상태로 되돌아왔다. 

이전에도 우주에 장기간 머무는 우주비행사의 심박수가 감소하거나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박출량이 증가하는 등 생리학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었다. 조셉 우 스탠퍼드대 의대 심혈관연구소장은 "인간의 세포를 이용해 미세중력 환경에서 심장의 기능이 세포 수준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환경이 바뀌면 인체가 세포 수준에서 빠르게 적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앞으로 ISS를 넘어 달, 화성까지 나아갈 우주 유인 탐사 시대를 앞두고 지구와는 다른 미세중력 환경에서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추후 hiPSC와 3D프린팅을 이용해 혈관조직을 갖춘 심장조직을 만들어, 우주에서 실제 심장세포와 조직이 겪게 될 변화를 구체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미세중력 환경에서 인체 변화 알기 위해 hiPSC 분화해 보내

배양 접시에서 자라는 도파민 신경세포(녹색)를 20배 확대한 것.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줄기세포를 다시 분화시킨 것이다. 미국 뉴욕줄기세포연구재단과 아스펜신경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건강한 사람과 파킨슨병 환자의 줄기세포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우주로 보냈다가 다시 지구로 가져와, 미세중력 환경에서 각각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아스펜신경과학연구소 제공

스탠퍼드대 심혈관연구소뿐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들이 우주 유인 탐사 시대를 앞두고 사람이 우주에 오랫동안 머무를 때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연구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쥐 같은 동물의 세포를 관찰하거나, 우주비행사가 우주에 나가기 전, 후에 혈액을 뽑아 면역세포 등을 검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동물세포와 인간세포의 활성이나 기능이 다르고, 혈액으로는 혈당이나 면역력 외의 인체 변화를 연구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hiPSC를 이용해 실제로 사람 세포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로마대 의대와 이탈리아우주기구 등 연구팀은 인간의 혈액세포로 부터 되돌린 줄기세포를 이용해 뼈가 형성되는 데 관여하는 4가지 유전자가 지구상에서보다 우주에서 덜 발현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 6월 6일자에 실었다. 

그들이 뼈 형성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는 우주에서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영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뼈 약화와 골 손실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주비행사들의 골손실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는 한편, 지상에서도 골다공증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고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뉴욕줄기세포연구재단(NYSCF)과 아스펜신경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세포 배양접시를 스페이스X의 CRS-18에 실어 ISS로 보냈다. 이 배양접시에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와 뇌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가 들어 있었다. 건강한 사람과 신경퇴행성질환인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세포로부터 되돌린 hiPSC를 분화시킨 것이다. 인간의 신경세포를 직접 우주로 보내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달 뒤 연구팀은 세포를 지구로 가져왔다. 신경세포가 우주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건강한 사람의 신경세포나 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세포 모두 우주에서 비슷한 영향을 받는지 현재 분석 중이다.  

밸런티나 포사티 뉴욕줄기세포연구재단 책임연구원은 "지구와 달리 우주에는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포활성이나 유전자 발현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미세중력 환경에서 신경세포가 받는 영향을 이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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