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국민 생명 걸린 전작권 전환, 북핵 해소 때까지 유보해야

김민석 2019. 11. 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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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작권 전환은 동맹 악영향
브룩스, 한국 자주·동맹 딜레마
정승조, 철통 한미동맹은 레토릭
북 핵·미사일 탐지 능력 못 갖춰

우려 커지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경북 포항 수성리 해병대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해병대 연합 공지전투훈련 중 장병들이 KAAV 상륙돌격장갑차에서 내려 침투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안보를 맡은 미국 고위관리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방한 중이다. 이들의 방문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동맹을 예전처럼 유지할지 아니면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 또는 철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동맹 잣대는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기여인데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말로만 동맹을 외치면서, 눈은 북한을 바라보고, 발은 중국을 향하는지에 의심을 갖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는 한·미동맹 균열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런 상태에서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전환(환수)하면 한·미동맹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다. 그래서 역대 연합사령관과 국방장관 출신들이 전작권 전환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합참의장을 지낸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이사장은 “현재 ‘철통 한·미동맹’ 표현은 레토릭(언어적 수사)이라 할 정도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한국군의 ‘능력 조건’이 아니라 ‘정치적 시기’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수행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작권부터 가져와 한·미동맹이 약화할 가능성을 걱정했다. 지난달 중순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한 발언이다. 같은 자리에서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은 “한국은 ‘동맹’과 ‘자주’의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며 “지금 문제는 자주국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버웰 벨 전 연합사령관도 지난달 말 한미클럽에 보낸 서한에서 “북핵 대응은 미군 지휘부만 가능하다”며 “(지금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초 한·미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면 그때 전환하기로 2014년 합의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의 임기 말인 2022년까지 전환하겠단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3년간 3번의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 지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대체한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서의 1차 검증에 대해 군 당국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발표를 믿는 예비역 장성들은 거의 없다. 지난해 전작권 조기 전환에 합의한 브룩스 전 사령관마저 전역한 뒤에는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왜 그럴까. 한 예비역 장성은 “1차 평가는 문서 절차에 따른 기계적 조작 수준”이라고 했다. 전작권 수행의 본질적인 문제는 배제해서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한국군이 구비해야 할 능력은 3가지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필수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군사능력 ▶안정적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 능력이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만만치 않다. 자세히 살펴보자.

전작권
첫째 조건인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대응능력. 국방부는 당초 북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킬체인(Kill Chain: 북 탄도미사일 선제적 제거)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북 미사일 공중 요격), 대량응징보복(KMPR: 북한 도발 때 전쟁지도부 제거) 등 3축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북한을 의식해 이 용어 사용을 꺼리면서 유명무실해졌다.

킬체인은 F-35A 전투기와 미사일 등으로 북한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타격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군의 정찰·탐지 능력은 크게 미약해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국방부는 5개의 정찰위성을 2023년쯤에야 확보할 계획이다. KAMD용 중고도 요격미사일은 2026년 개발된다. 결국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을 갖추지 않고 전작권부터 2022년에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KMPR 예산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들며 우리 군의 첨단무기 확보를 사사건건 비난하고 있다.

둘째 조건이다.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은 크게 취약하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전작권 전환 이후 적용할 ‘연합방위지침’에서 연합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엔 다른 나라 지휘관 아래 미군 병력을 맡기지 않는다는 ‘퍼싱원칙’이 있다. 수십만명의 미군 장병의 목숨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맡기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사는 미군 핵심 능력이 빠진 상태에서 껍질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과 미군이 따로 움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현상에 대비해 주한미군은 유엔사 기능을 다국적군으로 확대해 증원 병력을 별도로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사시 한·미군이 따로 움직이면 ‘단일 지휘’(Unity of Command)라는 전쟁원칙이 무너진다는 점도 심각하다. 단일 지휘가 안 되면 통제와 관할권이 명료하지 않아 작전 효율성이 떨어진다. 불의의 사고도 발생한다. 1994년 미 공군 소속 F-15 전투기 2대가 이라크에서 평화활동 중이던 UN의 헬기를 적으로 오인 격추한 사례나 오폭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 오핼런 박사는 현대전에서 아군의 오인사격에 의한 사망이 전체의 4분의 1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군 대장이 맡는 연합사령관의 한계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연합사령관은 미 합참과 국방부 등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군 대장이 가능할까.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긴박할 땐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군 대장이 미군 핵무기와 전략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까. 또한 한국군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연합사 경험을 가진 장교 등 간부가 턱없이 부족하다. 신속하게 돌아가는 작전에 일일이 통역을 붙일 수도 없는 일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적용할 새로운 작전계획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새로운 작전계획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예규를 만드는 데만 2∼3년 걸리고, 시험과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마지막 조건으로 안정적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테고. 중국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이 말해준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은 2017년 77회, 지난해 140여회로 증가 추세다. 중국은 동중국해를 장악하고, 2035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국제질서와 규범에 도전하는 사실상 최대 적으로 삼고,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확대했다. 따라서 모든 조건을 볼 때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주국방 차원에서 전작권을 전환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북핵과 중국 팽창으로 안보가 위험하고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시기에 굳이 조기 전환해야 하느냐다. 홍수가 났는데 이사를 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5000만명의 국민을 미끄러운 비탈길로 내모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문재인 대통령만의 나라가 아니지 않은가. 위선과 오만의 정치적인 전작권 조기 전환은 북핵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전직 국방장관과 연합사령관들의 말을 제발 귀담아듣기 바란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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