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변 전용차로에서 S-BRT, BTX까지..버스 체계의 진화
그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중앙버스전용차로'입니다. 다른 차량과 완전히 구분돼 버스만 다닐 수 있는 차로를 도입하면서 버스 속도가 크게 향상된 건데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1986년 첫선
국내에서 버스전용차로가 처음 선을 보인 건 1986년 서울의 왕산로(동대문구)와 한강로(용산)에서 입니다. 당시는 도로의 가장 바깥 차선을 이용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였는데요.
나름 과감한 시도이긴 했지만, 가로변의 차로를 쓰다 보니 불법 주정차 차량에 택시 승객 승하차, 상품 하차 등까지 겹치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참고로 버스전용차로를 처음 고안한 나라는 미국으로 심각한 교통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요. 1940년 시카고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는 기록입니다.
지금은 서울의 주요 지역은 물론 부산 해운대 등에도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돼 빠른 속도로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는데요.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과거에 비하면 크게 나아졌지만, 이 보다 앞선 버스 시스템이 또 있습니다.
1996년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바로 간선급행버스체계, BRT(Bus Rapid Transit) 입니다. 이 시스템은 1970년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전용 차량과 차로, 전용 승강장, 우선 신호, 버스도착정보시스템, 환승 정거장 등을 갖춰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도 불립니다.
빠른 속도와 정시성, 대량수송력 등 지하철의 장점을 도로 위에 최대한 도입한 시스템인 건데요. 굴절버스 등 기존 노선버스보다 수송력이 훨씬 큰 전용 차량을 이용하는 데다 건설비가 지하철의 10% 정도밖에 안 드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BRT가 많이 거론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실제론 중앙버스전용차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BRT=중앙버스전용차로'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이를 벗어나 버스 체계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시도가 최근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발표한 '광역교통비전 2030' 속에 그 내용이 들어있는데요. 바로 S-BRT와 BTX(Bus Transit eXpress) 입니다.
제대로 만든 BRT, '수퍼-BRT'
S-BRT의 S는 'SUPER'(대단한, 굉장한)을 의미합니다. 지금 같은 낮은 수준의 BRT가 아닌 제대로 된 BRT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기도 한데요. S-BRT는 국내에서 만든 용어로 국제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닙니다.
굴절버스나 2층 전기버스 같은 전용 차량에다 전용차로, 그리고 가급적 멈춤 없이 달릴 수 있는 우선신호시스템까지 갖춰 통행시간을 평소보다 최대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류장에서는 지하철역처럼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입장해 승차 때 요금을 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승객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는데요.
대광위의 계획대로라면 기존 신도시 또는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와 서울의 주요 지역 간에 S-BRT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마도 2020년대 중반쯤에는 직접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변북로 위의 전용도로 BTX
이렇게 고속 전용차로를 이용하게 되면 평소보다 통행시간이 30% 이상 단축될 거라는 게 대광위 설명입니다. 차량은 2층 전기버스 같은 친환경 차량을 쓰겠다고 하는데요.
또 S-BRT가 대도시권 외곽과 도심지의 주요 지역을 개별적으로 이어주는 노선을 다닌다면 BTX는 대도시권 외곽에서 도심지의 주요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을 연결해주는 이른바 '네트워크' 강화가 차별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따라 대심도 도로를 만들어 지하부는 승용차가, 지상부는 BRT나 버스가 사용토록한 뒤에나 도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대광위는 어떻게든 서둘러 BTX를 도입하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승용차 운전자들에 대한 설득이 무엇보다 관건이 될 겁니다.
S-BRT와 BTX가 언제 선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버스전용차로에서 시작해 거듭되는 버스 체계의 진화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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