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가 원하면 퇴근했어도.." 스트레스 고위험군 IT노동자

진달래 2019. 11. 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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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의 한 IT(정보기술)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김성안(가명)씨는 저녁 근무가 일상이다.

IT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 5명 중 2명은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연주 차장은 "IT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직무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소방공무원이나 병원여성근무자보다도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고위험군임에도 정부는 근로환경조사에서 별도 업종으로 분류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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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경기 판교의 한 IT(정보기술)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김성안(가명)씨는 저녁 근무가 일상이다. 김씨는 “고객사 시스템의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소속 회사가 아니라 고객사에 따라 근무환경이 바뀐다”며 “(고객사 직원들이) 퇴근 이후에 작업을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팀장 재량으로 다음날 늦게 출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규칙한 생활로 김씨는 만성피로를 겪고 있다.

IT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 5명 중 2명은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로 프로젝트(사업) 단위로 빠듯한 마감시한을 맞추며 일하거나 고객사에 파견을 나가 일하는 비율이 높은 IT업종 특성상 높은 직무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국회에서 열린 ‘IT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IT업종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1%가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절반 가까이(47.8%)가 퇴근 이후 완전히 소모된 느낌의 ‘번 아웃’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피로감이 과거보다 증가했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와 갈원모 을지대 보건환경학과 교수가 올해 4~10월 1,360명의 IT노동자를 설문조사하고 16명의 노동자를 심층면접조사(FGI)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짧은 휴게시간과 높은 업무강도 등에 따른 심각한 수준의 직무스트레스 문제다. IT노동자 10명 중 8명(80.4%)은 하루 평균 8~10시간 근무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연장근로 포함 시 52시간)에 포함되는 범위다. 장시간 근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이 1시간도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46.4%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 주도록 돼있다. 또 응답자의 74.2%는 업무량이 많고 높은 수준의 요구에 쫓기며 작업한다고 답했다. 박연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차장은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이상 종사자 사업장의 경우, 공식적으로 산정된 근로시간을 줄었더라도 휴게시간까지 줄거나 일감을 집으로 가져가는 등 비공식적 근로시간이 늘어난 경우가 많았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지만, 직무스트레스 감소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 셈이다.

IT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 그래픽=박구원 기자

전문가들은 IT노동자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도 높은 직무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 교수는 “IT업종은 주로 마감이 있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고객사 요구에 따라 업무를 언제든지 처리해야 하며 ‘성과주의 문화’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IT노동자의 높은 직무스트레스 문제는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갈 교수의 주장이다. 박연주 차장은 “IT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직무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소방공무원이나 병원여성근무자보다도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고위험군임에도 정부는 근로환경조사에서 별도 업종으로 분류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과로사나 정신건강 문제 등을 방지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IT업종을 별도업종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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