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라인 청문회 공포..힘 빠지는 이낙연 '조기 등판론'

임장혁 2019. 11.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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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전’으로 탄력을 받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기 등판론’의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 6월을 전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로 올라선 이 총리는 ‘조국 대전’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희망’으로 주목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일주일 전인 지난달 7일 고위전략회의에서 처음 한 중진의원이 “이 총리가 조기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 꺼낼 무렵엔 공·사석에서 같은 주장을 펴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조국 대전’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나오는 목소리였다.

지난 2일에도 총선기획단에 합류한 금태섭 의원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총리 복귀 문제에 관해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표면적으로는 기류가 이어지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조기 등판론이 물 건너간 이야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오히려 이 총리가 총선 때까지 못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 총리의 총선 전 복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다”며 “오히려 나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보는 현실론이 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도 최근 주변에 ‘이 총리가 (정부에서) 못 나온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 대표도 그런 상황을 전제로 선거판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호환마마(虎患媽媽)보다 무서운 청문회
이 총리 등판론의 힘이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에 퍼져 있는 청문회 공포증이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청와대, 특히 인사라인이 크게 위축된 상태여서 후임 총리나 장관을 쉽사리 천거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청와대가 인사에 극히 신중한 상태”라며 “지난 8월 개각 때 어떤 부처는 20명 가까운 후보가 장관직 제안을 마다했고 그 중엔 현직 차관도 포함됐다. 장관 1명 임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조 전 장관 후임 인선에 전망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우선은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공석인 장관 자리를 채우는 것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사인데 이 총리나 다른 장관이 대통령의 의중에 반해 사의를 표명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내엔 이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이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등판하면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새 총리 지명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할 만큼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임명 동의 투표가 필요한 총리 후보자는 누가 되든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게 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어려워진 지역이 많은 데 선거 전에 자칫 제2의 조국 사태를 맞게 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이 총리가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1위를 상당 기간 유지하고 있지만 지지층 내부에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건 아니다”며 “돌아오더라도 분위기를 일신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해찬 사과와 총선 체제 조기 전환 효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 달 전과는 다른 이해찬 대표의 움직임도 이 총리 등판론을 가라앉히는 요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국 사태에)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이 대표는 발 빠르게 움직여 지난 4일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했다. 20대 유튜버 황희두씨 발탁과 강훈식·금태섭·제윤경 등 튀는 초선들을 기용하면서 “컨셉트가 있다”(민주당의 재선 의원)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총선기획단에 참여한 한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전 지역의 판세와 구도를 속속들이 꿰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총선기획단 구성을 지켜본 비문재인 그룹의 한 의원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표 나름의 사과도 한 셈이고 분위기 반전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조국 대전 국면에서 흔들리던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모친상을 전후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와 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반등세를 보이는 것도 이 대표의 입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5%(전주 44%)로 부정평가(47%)보다는 낮았지만 3주째 오름세였다. 정당지지도에서도 민주당(41%)은 자유한국당(23%)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낙연 등판론은 이해찬 책임론과 쌍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안정되면 이 총리에 대한 갈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다면 이 총리로선 이번 총선 무대에서의 역할이 절실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총리의 복귀 여부는 문 대통령과 이 총리 두 사람의 의견 조율의 문제다. 최근 이 총리를 만났다는 한 중진 의원은 “자기 목표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인사권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게 이 총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돌아온다면 시점은 1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 여론 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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