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열어라" vs "못 연다"..7개월째 옥신각신

전동혁 2019. 11. 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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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 보이는 초록색 문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입니다.

문은 닫혀있고 바로 옆에는 주차장이 있죠.

학교에서 정문을 잠가놓은 건데요.

이 학교 학생들은 멀리 돌아서 후문으로 등교를 하고 있습니다.

왜 정문을 이용하지 못하는 걸까요.

전동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

등교가 한창인 시간인데도 학생들은 정문 진입로를 그냥 지나쳐 갑니다.

지난 4월부터 이 학교 교장이 정문을 걸어 잠그고 후문으로만 다니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문과 가까운 쪽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문으로 가려면 큰 길로 200미터 가량 더 돌아가야하기 때문입니다.

[OO초등학교 학생] "집이랑 너무 멀어요. 이쪽(정문)으로 가면 5분 걸렸는데 이쪽(후문)은 10분 걸려요."

교장이 정문 이용을 금지한건 안전 때문입니다.

[탁현주/OO초등학교 교장] "진입로는 굉장히 좁고 그곳에서 학생의 통학로와 차량 출입로가 교차가 되는, 그래서 교통사고 위험이 굉장히 큽니다."

이 학교의 정문 앞 언덕길엔 차도와 구분된 인도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정작 정문을 들어서자 마자 끊깁니다.

정문 바로 옆에 교직원과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주차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문으로 들어온 차량은 이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학생들이 학교 건물로 가려면 이 도로를 가로질러야 해서 위험하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잇단 민원에 정문을 열라며 서울시의회까지 나섰습니다.

시의원들은 감사장에 교장을 불러 정문을 왜 닫았냐며 질책을 이어갔습니다.

[최기찬/서울시의원] "교직원들이 가져오는 차량보다 우선하는 게 아이들 아니에요. 아이들이 8시서부터 들어오잖아요." ("네. 그럼 교직원들이 몇 시에 출근을 해야 합니까.") "차 가져오지 말라고 그래야죠." ("전체를요?")

그러나 이 학교 주차장은 주민들에게 야간 개방하는 곳이어서 등교 시간 중 차량 통행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안돼 자동차와 아이들이 뒤섞여 다니는 초등학교 주변 도로는 전국에 1천8백여 곳이나 됩니다.

그중 절반은 이 학교처럼 도로 자체가 좁거나 건물들과 바로 맞닿아 있다는 이유로 아예 인도를 만들기 어려운 개선 불능 도로입니다.

[초등학교 주변 주민] "이 많은 주택가를 어떻게 양보를 얻고 양해를 구하겠습니까. 다 개인 재산권인데. 이 구조에서는 인도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일부 지자체가 차량 통행 시간 제한, 횡단보도 신호등 설치 등으로 임시 방편을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대체로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닫힌 정문을 둘러싼 갈등에도 서울시의회와 교육청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학교에 대한 감사 실시 뿐이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문명배)

전동혁 기자 (dh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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