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나는 간첩이 아니다"..용기있게 세상에 내놓은 '사진'

유동엽 2019. 11. 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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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엔 문화 시간입니다.

군사 정권 시절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뀌었는데요.

간첩 조작 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유동엽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대한뉴스/1979년 8월 18일 : "북한 괴뢰 고정간첩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강원도 삼척에서 농어업에 종사하며..."]

정보기관이 거짓으로 꾸며낸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당시 사진 속 김순자 씨는 영문도 모른 채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 왔습니다.

[김순자/'삼척고정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머리고 얼굴이고 막 (때리고), 손도 올리라고 해서 손이 터질 것 같이 때리고..."]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나선 계단.

그때의 악몽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김순자/'삼척고정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계단이 사람이 죽이러 데려가는 것 같은..."]

삶이 송두리째 짓밟힌 이 끔찍한 공간을 사진으로 남긴 이유가 뭘까.

[김순자/'삼척고정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암흑 속에서 고통받던 거 생각하다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알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게 많이 위로가 되면서..."]

섬유회사에 다니다 난데없이 간첩으로 몰린 이사영 씨도 자신이 고문당했던 공간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사영/'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 "과연 내가 저 밖을, 밝은 세상을 나갈 수 있을까..."]

40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사영/'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 : "내가 발로 갈 수 있는 데는 내가 찾아가서 찍고... 감사하고 고맙고 행복해요."]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공간에 고문 피해자 5명이 직접 찍은 사진 2백여 점이 걸렸습니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 사진들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피해자들에겐 수십 년 세월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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