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케일린 노벨상 수상자 "기초과학에는 절대 '지름길'이 없다"

최소망 기자 2019. 1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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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가 지난 8일 고등과학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기초과학에는 절대 지름길이 없다"고 강조했다.(카오스재단·고등과학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는 "'기초과학'에는 절대 '지름길'이 없다"며 꾸준한 노력이 투입돼야만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일린 교수는 지난 8일 고등과학원에서 카오스재단·고등과학원이 마련한 '2019 노벨상 해설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노벨상 수상 비결은 물론 자신이 생각하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소신, 긴 시간동안 꾸준하게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법 등을 풀어 놓았다. 더불어 노벨상 수상을 예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기도 했다.

케일린 교수는 산소의 양이 변화하는 환경이 인체 세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그레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와 함께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케일린 교수와의 일문일답.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발표시간이 미국 기준 새벽 4시40분이라 자고 있었다. 사실 잠이 들어 꿈을 꾸기도 했다. 꿈에서 자다 깨 시계를 보니 이미 수상자 발표 시간이 지났길래 '올해는 안됐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이것이 꿈이더라. 그래서 꿈에서 깬 후 다시 잠들고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믿기 어려웠다.

-수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사실 올해 수상 가능성을 1% 정도로 보고 있었다. 미국 래커스상 등을 앞서 받은 적이 있기에 평생에 걸쳐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30%라고 확률적으로 계산했고 그것을 해마다로 나누면 1%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수학 전공자가 의학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생물학 전공자들은 수학·물리·화학 등 타 전공자들이 많다. 나는 수학이 쉬웠고 그러다 수학이 좋아져 전공으로 택했다. 그러다 컴퓨터공학으로 진로를 바꿔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의학을 결정했다. 방안에서만 공식을 가지고 문제를 풀거나 코딩을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관점에서 내 연구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남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전공이 의학이라고 생각해 결정했다.

-타 전공을 배경으로 의학 연구를 시작한 게 좋은 점이 있었나. ▶원칙적으로 전공을 바꾸거나 내 분야가 아닌 분야게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 자세에 긍정적이다. 신선한 관점과 새로운 사고방식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 과학자들이 한 번 고려했으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역시도 그랬다. 젊은 과학자들이 스스로에게 도전을 던지고 새로운 영역에도 뛰어 들길 바란다.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물고기를 잘 낚으려면 일단 낚시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만 낚시를 어디에서 할 것인지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의대에서 임상 관련 훈련을 받고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도 암과 관련한 유전학을 연구했다. 특정암이 어떠한 유전자 변이로 일어나는지 연구를 하며 '폰 힙펠-린도우병'(VHL·Von Hippel-Lindau) 연구를 했다. 그러면서 VHL이 유전적 암질환의 근원이 되는 것을 밝혔고 그것이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한 연구 능력, 연구를 하는 안목은 어떻게 얻어졌는가. ▶지도교수를 포함해 다른 동료들에게 많이 배웠다. 그들이 사고하는 방법, 아이디어를 습득했다. 임상 관련 훈련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임상은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그때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즉, 환자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한 훈련을 통해서 중요한 것에 초점을 두는 관행이 몸에 배일 수 있었다.

-체내 산소 농도와 세포와의 연관성을 밝힌 기초연구 성과가 현재 다양한 질병 극복과 관련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만큼 활용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우리의 기초연구 결과물이 치료제나 치료 방법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쁘다. 그럼에도 늘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압박을 받고있다는 점이다. 기초연구는 기초적인 부분이 충분이 살펴져야 한다. 많은 지식이 축적되고 이것들이 연결돼 활용이나 적용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들은 항상 '우리가 하는 흥미로운 생물학적인 퍼즐을 풀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한다. 이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 기초연구고 이걸로 충분한 지식을 구축해 추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초과학 연구에서는 절대 '지름길'이 없다. 기초연구들이 다져져 새로운 적용연구가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약 30여년간 같은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 ▶목표를 작은 단계로 나눠서 각 단계마다 성취감을 느껴 동력을 얻어왔다. 야구로 비유하면 홈런으로 게임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단타(일루타)를 통해 여러번 나눠 게임을 이기는 것처럼 말이다. 내 경우 1996년과 VHL 유전자 결함이 발생할 때 세포 산소 감지 능력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것, 2001년 VHL이 HIF(저산소 유발인자)와 직적접으로 분해된다는 것을 랫클리프 교수와 함께 발견한 것이 그러한 순간들이었다. 1996년 결과는 큰 고래에 작살을 하나를 꼽아 넣은 것이라면 2001년 결과는 그랜드슬램을 이룬 기분이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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