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1000조 시장, 지금은 20조 시장?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입력 2019. 11. 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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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업이나 산업계의 시장 전망은 언제나 '장밋빛'이다.

전망이 어두운 산업에 투자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계가 죽어가니 핵발전소 건설을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는 문재인 정부 내내 지겹게 들어왔던 내용이다.

이런 때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인 핵발전을 핵산업계 활성화를 위해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합당한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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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석의 원전비평 ]

[미디어오늘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어느 산업이나 산업계의 시장 전망은 언제나 '장밋빛'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전망이 어두운 산업에 투자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부풀려진 경우가 많고, 한두 번 검토만 되었던 사업도 마치 진행 중인 것처럼 서술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들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나 공공 투자를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핵산업계의 전망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탈원전 역설… 500조 원전건설 버리고 20조 해체산업 키운다는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내 핵발전소 건설은 막히고, 산업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는데, 대안으로 육성하는 핵발전소 해체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규모가 작아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그동안 '기승전 탈원전 반대'를 외쳤던 기조를 생각해 볼 때, 내용 자체는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산업계가 죽어가니 핵발전소 건설을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는 문재인 정부 내내 지겹게 들어왔던 내용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라 전력업계에는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망을 보강하는 등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때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인 핵발전을 핵산업계 활성화를 위해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합당한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인 것은 얼마 전까지 '1천조'에 이른다고 보도했던 핵발전소 해체 시장이 어느 순간 '20조'로 내려앉았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주간조선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전문가들의 말을 근거로 2050년까지 전 세계 핵발전소 해체 시장이 9800억달러(약 10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주간조선)原電 하나 뜯는 데 6000억원… 황금알 낳는 원전 해체 시장 2050년엔 1000조원?] 근거로 삼은 9800억달러에는 상업용 원자로(2625억달러)보다 군사용 핵시설(6400억달러) 해체시장이 2배 이상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런 언급없이 '1천조 원전 해체 시장'을 강조했다. 또 상업용 원자로 해체 실적도 없는 우리나라에 보안에 민감한 군사용 핵시설 해체를 맡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없었다.

이들 내용은 정치권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2015년 울산지역 정치인들은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한다며 결의대회를 개최하는가하면, 울산 시민 서명운동을 벌여 47만명이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에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하는 대규모 운동을 벌였다. 그 때마다 '1천조 원전 해체 시장 선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표현이 난무했고, 언론과 핵산업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계속 유포했다. 이게 불과 4~5년 전 일이다.

▲ 지난 2017년 3월6일 울산과학기술원에 원전해체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 연구센터가 들어섰다. 사진=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이후 몇 년간 각 지자체는 원전해체센터 유치에 나섰고, 결국 올해 4월 원전해체센터 본원은 부산과 울산 경계에 설립하고, 경주에는 중수로해체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되었다. 사업이 현실화되자, '1천조 시장' 같은 표현은 하나 둘 사라졌다. 거품이 빠지고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이제 '20조 시장'으로 사업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의문투성이다. 연구시설로 전체 시장을 독차지할 가능성도 없고, 연구시설이 지자체간 경쟁에 휩싸여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향후 방사성 물질을 갖고 연구를 하게 될 이들 해체연구센터가 또 다른 갈등을 낳게 될 지도 지켜봐야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허황된 수치를 거리낌 없이 배포하는 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한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핵발전소 해체산업이 이제는 '기승전 탈원전 반대'의 근거로 사용되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최소한의 일관성조차 지키기 힘든 것인지 꼭 한 번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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