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탈원전 탓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일까?
②전기요금 진짜 원가보다 쌀까 (ㅇ)
③내년 진짜 전기요금 오를까 (△)
①탈원전 정책 한전 적자 불렀나(△)
논쟁의 출발점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정부는 2017년 출범과 함께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대폭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때마침 국내 전력 판매를 도맡은 한전이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적자를 내며 ‘반 탈원전’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전 적자를 오롯이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사실 다른 요인이 더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 유가 상승(46.9%)을 꼽았다. 전력소비 증가(25.4%), 전원구성 변화(22.9%) 등 다른 요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10여년 한전 실적과 국제유가 추이도 일치한다. 김종갑 사장도 “가장 큰 적자 요인은 석유·석탄 등 원료 가격”이라며 “원전 가동률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정기 정비 때문에 가동률이 줄어든 걸 탈원전 때문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에 돈이 드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정부도 스스로 에너지 전환에 따라 2022년까진 1.3%, 2030년까진 10.9%의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예측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덴마크나 독일 등 선도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국가의 전기요금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도 이 가정을 뒷받침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70%, 농업용은 30%이고 산업용만 원가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행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을 역설한 김종갑 한전 사장의 설명이다. 이 말의 진위를 명확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정황상 어느 정도 근거는 있다. 한전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12년부터 용도별 요금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기요금은 국제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h)당 8.28펜스(약 125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터키(7.79펜스)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전체 평균(15.12펜스)의 55%, 가장 높은 덴마크(33.06펜스)의 25% 수준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특히 주택용 인상을 극도로 억제해 왔다. 한전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16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누진제를 완화하며 사실상 요금을 내렸다. 한전 전력통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5년 1㎾h당 60.25원에서 지난해 106.46원으로 오른 반면 주택용은 같은 기간 110.82원에서 106.87원으로 내렸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을 한전과 발전 자회사에 전가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기요금 개편 논의 과정에서 인상 요인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현 논의가 직접적인 요금 인상보다는 각종 특례 할인 축소에 초점을 맞춰져 있는 만큼 일반 가정이 체감할 정도의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장관과 김종갑 사장 모두 “내년 개편을 (한전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 이유다.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축소) 개편이 대표적이다.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2500~4000원 깎아주는 이 제도는 원래 저소득 가구에 대한 복지와 전기 절약 독려 차원이었다. 그러나 평균 전력사용이 늘어난 현 시점에선 소득 여부와 무관하게 1인 가구에 대한 불필요한 할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 한해 958만가구가 총 3964억원(가구당 평균 4만1400원)을 할인받았는데 이 중에는 고소득자도 적지 않다. 억대 연봉을 받는 김종갑 사장도 관사에서 홀로 산다는 이유로 이 혜택을 받고 있다.
물론 부담이 커지는 업종·계층이 생길 여지는 있다. 한전은 산업용 경부하 요금과 농업용 할인요금도 주요 개편 대상으로 보고 있다. 중·고소득 1인 가구나 농업계, 새벽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언제까지 한전과 발전 자회사에만 전가할 순 없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보편적 시각이다. 정부가 현 에너지 전환 속도를 유지하려면 합리적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윤순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에너지 가격을 제대로 조정해 소비 효율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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