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통증은 모든 병의 시작을 알리는 최후통첩

2019. 11.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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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소영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통증클리닉 교수

통증의 정의는 ‘실질적 또는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관련해 표현되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불쾌한 경험’이다. 이를 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면 통증은 우리 몸에 일종의 알람을 울림으로써 이상이 있는 부위를 발견하게 하고 신체에 더 심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통증이 경보의 기능을 다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사람은 괴로움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통증은 더 이상 꼭 필요한 경보 장치가 아니며 이제 꺼져야 할 소음이 된다. 즉 통증이란 질병을 발견하게 되는 최초 단계이기도 하지만 기저 질환이 없는 통증은 그 자체가 질병이 되기도 한다.

 통증은 지속한 기간에 따라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이 제일 흔한 구분 방법이다. 급성 통증은 수술 후 통증, 감염에 의한 통증, 골절 통증 등이며 어떤 이유에서건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했다면 만성 통증으로 본다. 그리고 통증이 오랜 기간 지속해 만성 통증이 됐다면 그때부터는 통증 기전이 변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양상을 일부 띠게 된다.

 또 통증은 신경생리학적 기전에 따라 생리적 통증, 침해수용 통증(체성통증과 내장통 포함)과 신경병증 통증, 혼합형 통증으로 분류한다. 통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두통, 안면통, 어깨통증, 상하지 통증, 허리통증, 가슴통증 등으로 나누기도 하며 원인 질환에 따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암성통증, 당뇨병성 신경병 등으로 구분한다.

 통증은 질병을 나타내는 생체 알람이기 때문에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통증이 발생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부터 인내와 겸손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한국 사회에서 통증을 표현하는 것은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비치기 일쑤였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은 견디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내왔다. 물론 서서히 낫는 수술 후 통증 같은 것도 있으나 특별한 원인이 없는 통증이나 통증 자체가 질병이 된 경우에는 통증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만약 치료가 늦어진다면 더욱더 치료가 어려워지며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다. 이때 콧물이 나면 콧물약을, 기침이 나면 기침약을 먹는다. 그런데 왜 아플 때 진통제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통증은 우리 몸의 방어기제로 사용되기 때문에 기저 질환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초기에 잡을수록 모든 생체 징후가 좋아진다.

 통증을 참아가며 진료를 망설이지 말고 통증클리닉 의료진을 직접 만나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 보자. 통증 치료는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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