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행기에 균열 났는데..보잉, 교체 없이 "때워주겠다"

강기헌 2019. 11.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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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48대 중 현재 11대서 문제
한국 온 대응팀 "교체 대신 땜질"
승객안전 우려..LCC 등 제안 거부
운항중단으로 수익 더 악화될 듯
동체에서 균열이 확인된 보잉사의 737NG.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소형 항공기다. [사진 보잉]
국내 항공사도 사용 중인 항공기 기종에서 균열이 확인된 미국 보잉의 현장 대응팀이 지난주 한국에 입국해 “균열 부위를 때워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에 국내 항공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보잉의 수리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보잉이 최근 균열 부위를 때워주겠다는 수리 제안을 국내 항공사에 했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항공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보잉 항공기에서 균열이 확인된 건 지난달 초순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달 4일 보잉 737NG 동체 구조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며 긴급점검 명령을 내렸다. 보잉은 3만 회 이상 비행한 737NG 1130대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이 중 53대의 날개-동체 이음부에서 균열이 발견돼 비행이 즉각 중단됐다. 균열이 발견된 이상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장은 컸다. 한국 정부도 즉각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도입된 보잉 737NG를 대상으로 동체 균열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사 합동으로 이뤄진 조사를 통해 지난달 24일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동일 기종 항공기 9대에서 균열을 찾아냈고 운항이 즉각 중단됐다. 이달 초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737NG 2대에서도 비슷한 균열이 확인됐다. 미 연방항공청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한국에서는 항공기 11대가 멈춰 선 것이다.

동체에서 균열이 확인된 보잉사의 737NG.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소형 항공기다. [사진 보잉]
균열 확인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운항 중지 항공기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항하고 있는 보잉 737NG 항공기는 총 148대다. 제주항공 46대, 대한항공 32대, 티웨이항공 26대, 진에어 22대, 이스타항공 21대, 플라이강원 1대 등이다.

보잉의 기체 균열 사태는 세계 항공사로 확산하고 있다. 기체 균열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저가항공사(LCC) 라이안에어는 자사 보유 737NG 동체에서 균열을 발견해 이달 초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해 보잉 737MAX 추락 사고를 겪은 인도네시아 국적 라이언에어도 동일 기종 항공기에서 균열을 발견해 운항을 멈췄다. 호주 콴타스 항공의 737NG에서도 최근 동체 균열이 발견됐다.

호주 ABC 뉴스는 “동체 균열이 확인된 인도네시아 항공기는 비행횟수가 2만2000회 미만이었다”며 “미 연방항공청 기준(비행횟수 3만회)에 미치지 못한 항공기에서도 균열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보잉 737NG 기체는 7000대가 넘는다.

국내 항공사 보잉 737NG 보유현황.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건 국내 LCC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운항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일 항공편 감소에 더해 동체 균열까지 확인되면서 향후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반적으로 LCC는 기체정비 및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약을 이유로 한 종류의 기체를 다수 보유한다. 국내 LCC도 사정이 비슷해 에어버스 기종을 들여온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제외하곤 대부분 보잉사 단일 기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균열이 확인된 737NG는 소형 기종이라 저가항공사가 많이 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분야 전문가는 “수리와 부품 교체를 놓고 보잉과 항공사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라며 “동체 균열이 여러 국가에서 확인되고 있어 당장 해결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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