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빼빼로데이?" 수많은 'OO데이'에 피로감 호소하는 사람들

허미담 2019. 11.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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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실제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기 때문에 감흥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B(24) 씨는 "빼빼로 데이나 밸런타인데이까지는 소소한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삼겹살 데이' 같은 기념일은 기업인들의 상술이라고밖에 안 느껴진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 일부러 기념일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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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OO데이', 연간 60여 개
지나치게 많은 기념일로 피로감 느껴
일부 직장인들 피로감 토로하면서도 동료에게 선물 준비
8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매장이 빼빼로데이를 맞이해 관련 제품을 팔고 있다. 사진=허미담 인턴기자damdam@asiae.co.kr

[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 30대 직장인 A 씨는 올해도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인근 편의점에서 빼빼로를 구매해 부서 동료들에게 전했다. A 씨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실제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기 때문에 감흥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독 우리나라에 무슨 무슨 날이 많은 것 같다"면서 "뭐 기분이 나쁜 것 아니지만, 이런 '무슨 무슨 데이'를 챙기는 게 이젠 좀 피곤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OO데이'는 연간 60여 개에 달한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본떠 매달 14일을 기념하는 '포틴데이' 외에도 찜질방데이(1월19일), 인삼데이(2월23일), 삼겹살데이(3월3일), 클로버데이(4월4일), 오이데이(5월 2일) 등 매달 다양한 기념일이 있다.

그러나 끼워 맞추기식 기념일에 반감을 느끼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 B(24) 씨는 "빼빼로 데이나 밸런타인데이까지는 소소한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삼겹살 데이' 같은 기념일은 기업인들의 상술이라고밖에 안 느껴진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 일부러 기념일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과도한 기념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3~59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데이(기념일)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9.6%가 지나치게 많은 'ㅇㅇ데이'로 점점 더 피곤해지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최근 지나치게 많은 기념일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한 응답자도 80.4%에 달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직장인 C(28) 씨는 "기념일이 매년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기념일을 누가 다 일일이 챙기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하도 기념일이 많으니까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빼빼로 데이도 초등학교 때 이후로 챙겨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직장인들은 기념일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면서도 직장 동료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잡코리아·알바몬이 성인남녀 1,3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직장인 응답자 중 63.7%가 "올해 빼빼로 데이를 챙길 것"이라 답했다. 이들은 ▲연인·배우자에 이어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빼빼로를 선물할 것이라 답했다.

입사 1년 차 직장인 D(24) 씨는 "빼빼로데이나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대표적인 기념일에 쓰는 적절한 소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팍팍한 회사 생활에 소소한 재미를 줄 수도 있고, 직장 동료들과의 사이도 돈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이 소속감과 일체감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와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주는 경향이 있다"며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이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에, 문화 동조의 한 현상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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