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폭로 교사에게 "씨XX, 도끼로 깨버린다"

김보경 <셜록> 기자 2019. 11.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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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체육복 비리가 대체 뭐길래

[김보경 <셜록> 기자]

 

영남공업고등학교 김종일 교감 직무대행이 학교 비리를 폭로한 교사들에게  "썅X의 새끼" "씨X놈" 등 욕설을 퍼부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고성을 지르며 “도끼로 (머리를) 다 깨버리겠다” “호박(머리 뜻하는 은어) 깨버린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특히 김 교감 대행의 이런 욕설과 협박은 교육부–대구시교육청이 합동으로 영남공고를 감사할 때 나온 것이어서 공무집행방해 등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대구교육청은 지난 11월 4일부터 영남공고 합동 감사를 시작했다. <셜록>의 집중 보도 이후 사립 영남공고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크게 다뤄졌다. 


 


영남공고 체육 교사들은 지난 7일 합동 감사팀에 허선윤 영남공고 전 이사장, 장상교 교장이 연루된 ‘체육복 비리’를 폭로했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감사팀에 진술했다. 


얼마 뒤인, 낮 12시께 김종일 교감 대행이 체육 교사 네 명이 있는 학교 체육관으로 찾아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김 대행은 체육부장 출신이다. 


<셜록>이 확보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이곳이 학교인지 조직폭력배 집합장소인지 헷갈릴 정도다. 


"내가 몸이 아프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썅X의 새X들이. 씨X놈의 새X야. 너희들 (진실 고백) 하지마 이제. 내 지금 방금 교감 사퇴하고 왔으니까. 니그 이 새X들아 받아줬으면은 사부(장상교 교장 지칭)는 버리지 말아야 될 거 아이가 나는 버리더라도."


갑작스런 욕설에 교사들은 별 대응을 못했다. 김종일 교감 대행은 다시 욕설을 하며 본인 건강 문제를 후배 교사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와이리 병이 왔겠어. 알고 보니 새X들아 다 너희들 짓이네. 더 이상 인제 (진실 고백)하지마라. (중략) 이것도 (외부에) 올려라 이 개X끼들아. 내 병이 누구 때문에 생겼을까. 느그가 나 죽으면 책임질 거야? (중략) 다 너그들 때문이야 내 병걸린 거."


김 교사는 “도끼로 (머리를) 깨버린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 씨X놈들 내가 다 도끼로 (머리를) 깨버린다. (중략) 이 씨X놈들 진짜 막 고분고분 해줬더니만. (중략) 한 번만 더 (진실 고백) 나오면 씨X놈아 호박(은어로 머리 지칭) 깨부린다 내가! 내만 당할 줄 아나? 내 자리에 있는 거 싹 다 치워! 다시 올라올 테니까 씨X놈의 새끼들."


허선윤 전 이사장, 장상교 교장 등이 연루된 체육복 비리가 뭐길래, 김종일 대행은 이토록 험한 말을 했을까. 


<셜록>은 2017년, 2015년 영남공고 체육교사 운동복 구매 내역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문서와 취재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허선윤 이사장, 장상교 교장은 체육교사 운동복 예산으로 자기들 골프 의류를 샀다.'


<셜록>이 확보한 ‘2017학년도 체육교사 운동복 신청’ 지출결의서와 영수증에 따르면, 영남공고는 체육교사 7명에게 지급할 운동복 비용으로 195만3000원을 지출했다. 교사 1인당 27만9000원 상당의 운동복이 지급돼야 마땅한 상황. 


▲ 2017년 6월 1일 영남공고가 대구백화점 울시 매장에서 체육복을 구매한 뒤 받았다는 영수증. 195만3000원이 찍혀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5만 원대 티셔츠만 받았다. ⓒ셜록


하지만 체육교사들에게 지급된 운동복은 골프의류 브랜드 ‘울시’에서 판매한 반팔 셔츠가 전부였다. 이것도 할인해서 판매하는 이월 상품이었다. 


“장상교 교장(당시 교감)이 저희한테 브랜드, 사이즈도 물어보지 않고 셔츠를 사왔더라구요. 당연히 제게 맞지 않아 교환하러 백화점에 갔더니, 할인매장에서 판매하는 옷이라고 하더군요. 가격을 물어보니, 얼마인지 아십니까?” – A 교사 증언.


학교에서 지급한 ‘철지난 운동복’ 가격은 비싸게 받아봐야 5만 원이었다. 일곱 명에게 지급된 걸 다 합쳐도 채 40만 원을 넘지 않았다. 


운동복 구매 영수증에는 195만3000원이 찍혀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셜록>은 대구백화점 울시 매장을 직접 찾았다. 한 직원은 과거 장부를 확인한 뒤 “2017년 6월 1일에 장상교 씨 외 남자 한 명이 와서 영수증 대로 옷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영남공고는 2015년에도 책정된 예산에서 한참 모자란 가격의 운동복을 체육교사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지출결의서와 영수증에 따르면, 학교는 교사 네 명에게 각각 48만9650원 상당의 겨울 방한 운동복을 구입해 지급하는 것으로 나온다. 


교사들은 제대로 받았을까?


"골프의류 브랜드 ‘팬텀’에서 구입한 점퍼를 받았는데요. 다른 스타일로 바꾸려고 백화점으로 교환하러 갔더니, 또 역시 할인매장에서 판매하는 이월 상품이었습니다. 48만 원짜리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셜록>이 팬텀 본사를 찾아가 가격을 확인해봤다. 직원은 "해당 상품은 당시에 약 23만 원대에서 판매됐다"고 밝혔다. 


▲ 영남공고 A 체육교사가 2017년에 받은 셔츠. '울시' 본사에 확인한 결과, 당시 판매 가격은 5만 원대였다. ⓒ셜록


지출결의서, 영수증에 적힌 금액과 교사들에 받은 상품 가격 차이가 큰 상황. 나머지 금액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교육부–대구시교육청은 체육복 비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A 교사 "2017년, 2015년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감사에서 모든 사실이 밝혀져 책임자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체육 교사들은 이상의 문제에 대해 가감 없이 감사팀에 밝혔지만, 돌아온 건 욕설과 협박이었다. 특히 장상교 교장은 일부 교사들에게 위증을 교사하는 등 진실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수(가명) 영남공고 체육 교사는 최근 겪은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종일 교사가 갑자기 저희한테 욕을 하길래 ‘또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김 교사는 늘 후배 교사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입막음을 시켰습니다. 여태까지 체육 교사들은 김 교사에게 여러 수모를 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김종일 대행은 비리 갑질의 왕, 허선윤 전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영남공고 교사들은 이 둘에 대해 "서로의 비리를 알고 있으니, 둘 중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둘 다 죽는다. 둘이 여러 면에서 똑같다"라고 평가한다. 


이번 욕설과 협박, 감사 방해 외에도 김종일 교감 대행의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는 영남공고 카누 체육특기생 성적조작 핵심 가담자다. 체육특기생이 성적 미달로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자 김 교사는 사회 교과 담당 교사에게 성적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 문제로 9월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그는 영남공고 체육과 내부에서 오랜 기간 누린 권력을 이용해, 후배 교사들에게 시험 대리 출제를 지시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 불법으로 접근하도록 명령했다.


김 교사는 교감 직무대행을 맡은 직후, 자신이 진행해야 하는 수업을 후배에게 떠넘기는 일명 ‘대리수업’도 지시했다. 학교 체육관 내에서 흡연을 해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한 인물이다.


▲ 영남공고 김종일 교감대행. ⓒ셜록

김종일 대행은 이번 욕설, 협박, 감사 방해 관련 7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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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후배 교사들에게 욕을 한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욕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 사람들은(체육과 후배 교사 의미) 내가 욕설을 한 것보다 (저에게) 더 위협을 느끼게 했어요. 갸들이 세 명이서 덤비면 나이 62살 먹은 노인이(본인 지칭) 뭔 힘이 있겠습니까. 갸들은 전부 젊고 운동하는 놈들입니다."


그는 다음날 오전, 체육 교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일은 왕따 당한 것 같아 화가 나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동료 교사로 돌아왔심다."


장상교 영남공고 교장은 이번 일에 대해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김 교사가) 고함을 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김종일 교사에게) 주의를 주고 '추후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라'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장상교 교장은 체육복 비리 관련 <셜록>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여러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보경 <셜록>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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