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文에 쓴소리, 기분 나빴을 것..황교안? 좀 꾸짖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로 열린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자신이 다니는 막걸리집을 예로 들며 차가워진 바닥 경기를 전했다고 한다.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 따르면 손 대표는 “시장이 너무 엉망”이라고 말문을 연 뒤 “오늘 아침에 북한산에 다녀오다가 동네 막걸리집에 들렀는데 사람이 통 없어서 이유를 물어보니 주인 말씀이 ‘요즘 사람들이 여긴 막걸리 3000원인데, 편의점에선 1300원이라서 그쪽으로 간다. 여긴 빈대떡이 1만5000원인데 저긴 1000원, 2000원 안주가 있어 그렇다. 그만큼 주머니가 비어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동 밥집에 가면 문을 닫는 곳이 많고, 어떤 집은 아주머니가 둘이서 20여년을 일했는데, (경기 악화로) 한 명을 내보내니 서비스가 떨어지고 손님들도 줄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마침 이날 만찬상엔 손 대표가 추천한 막걸리도 올랐다고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여파로 인해 위축된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자는 의미에서 돼지갈비구이가 곁들여져서였다.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고언(苦言)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친한적(親韓的)으로 바뀌도록 해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같은 강골 외에 (아베 총리의) 주변 사람들을 친한으로 바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일과 외교가 안되니까 북한도 우리를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뒤 “이 정부에서 지금 외교관도 소외 의식을 느낀다. 외교관 좀 대접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손 대표는 “문 대통령이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보수통합·선거제 개정안 등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손 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대표에게 한 마디 좀 꾸짖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측은 “황 대표가 좀 화가 났던 것은 우리당이 패스트트랙을 하기 전에 의원정수를 축소하는 안을 냈는데, 손 대표가 ‘그것도 법이냐’는 식으로 말해서다”라고 전했다.
손 대표는 황 대표의 경기고 11년 선배다. 손 대표는 “고교 선후배 사이지만 황 대표와 사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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