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살해한 北주민..왜 배 태우지 않고 판문점으로 넘겼나

정용수 2019. 11. 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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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관 합동조사 접한 당국자 밝혀
국내외선 속전속결 북송에 논란 여전

지난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나포했던 북한 주민 2명의 강제 송환과 관련해 조사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만장일치로 송환을 결정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11일 전했다. 단, 북한 주민을 북송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놓고 부처 간 일부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심문조가 북한 주민을 나포한 직후 남하 과정과 대공 용의점을 조사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실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을 추궁한 결과 이들의 살해 혐의를 사실로 확인했고,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 모두 살해 수법 등으로 볼 때 한국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9조 2항)상 법적으로 송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선상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북한 목선.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7일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 [통일부 제공]
단 정부 차원에서 ‘흉악범을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은 정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송환할지 또 언론 브리핑 등 사후 조치를 누가 어떤 식으로 할지를 두고 담당 부처 간에 이견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정원과) 실무적 절차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일뿐 이견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 이탈주민을 귀환시키는 매뉴얼이 있지만 추방 형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역할 분담에 다소 의견차가 있었다”며 “청와대(국가안보실)가 나서 교통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그간 조사 당국이 송환을 결정하면 통일부가 신병을 인수해 북한 측에 넘겨주고, 언론 브리핑 역시 통일부가 맡아 왔다. 그런데 일반적인 송환과 다른 추방을 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통일부가 나서는 게 맞느냐를 놓고 조정이 늦어졌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9일 북한 목선과 선원을 송환할 당시 오전 9시쯤 통일부가 출입기자에게 ”북한에 통지문을 보냈고, 오후에 송환 예정“이라고 사전에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장 부대장이 청와대 안보실 인사에게 보내는 ‘북송’ 문자가 공개된 뒤에야 설명에 나섰다. 통일부는 “전날부터 브리핑 자료를 준비했고, 송환 뒤 공개하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 어민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올 경우 조사 과정에서 귀환을 요구하면 어민을 어선에 태워 해상에서 인계하는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신병은 판문점으로, 어선은 해상에서 북한 측에 넘겨 줬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북송을 거부하며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까지 대비했다는 측면인 만큼 본인들 의사에 반하게 송환한다는 점을 당국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국내외 일각에선 당국의 북송 결정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앞서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국의소리(VOA)에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문제는 한국 당국이 이러한 범죄 사실을 입증할 정확한 정보를 가졌는지 여부”라며 “북한으로 송환에 앞서 북한 주민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들의 범죄 협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알고 싶다.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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