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겨레'는 스스로 세계 언론역사상 사명 찾아야 해요"

조기원 2019. 11. 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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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모리 도모오미 준교수

“<한겨레>의 다음 과제는 진보적 언론의 역할을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로 발전·확대해야 하는 점이 아닐까요.”

일본에서 <한겨레>에 대한 첫 본격 연구서인 <한국 저널리즘과 언론민주화운동-한겨레신문을 둘러싼 역사사회학>(일본경제평론사)를 최근 펴낸 모리 도모오미(40·사진) 리쓰메이칸대학 객원 준교수는 지난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 시절인 2003년부터 <한겨레>에 대한 연구를 해온 그는 “최근에는 이전에 비해 일본 내에서 한국 정치나 사회에 관한 소개에 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특히 내재적인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물론 정치나 사회에 대한 질 높은 학술서나 일반도서도 있는데 그 중 저널리즘(언론)에 대한 전문서적은 별로 없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겨레>가 창간 때부터 일본 사회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깊은 해석은 거의 없었다”며 “한국 현대사의 이해없이 <한겨레>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16년째 ‘한겨레’ 인연 박사논문 다듬어 일본내 첫 연구서 출간 ‘한국 저널리즘과 언론민주화 운동-한겨레신문을 둘러싼 역사사회학’

2001년 ‘피스보트’ 통해 남북한 경험 2008년 유학 ‘한겨레’ 번역 봉사도 “주류언론으로서 ‘가짜뉴스’ 맞서야”

그가 책을 쓰는 데는 10여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교토 도시샤대학 박사(미디어학) 논문으로 제출한 글을 가다듬어 지난 8월 책을 완성했다. 물론 <한겨레>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 오래됐다. 그는 “2001년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 행사에 참가해 사흘 간격으로 평양과 서울을 방문하며 한반도 역사를 알게 됐다. 공부를 하다보니 <싸우는 신문-한겨레의 12년>(이와나미 서점)을 통해 한국의 대안 언론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다. 한국의 현대사와 언론 민주화 운동을 알아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거급하면서 언론 민주화 운동의 결실 가운데 하나로 탄생한 <한겨레>로 향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를 위해 대학원 박사과정 중에 한국에서 1년간 유학도 했다. 2008년 11월부터 그는 재한 일본인인 소메이 준조 등과 함께 매일 10꼭지 안팎의 <한겨레> 기사를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이들이 꾸린 블로그는 이후 <한겨레> ‘일본어판’의 모태가 됐다. 2012년엔 창간 20돌을 맞아 출간된 ‘한겨레 20년사’ <희망으로 가는 길>(2008년)의 일본어판 <불굴의 한겨레신문-한국 시민이 떠받쳐 온 언론민주화 20년>을 번역해 출판하기도 했다. 한국 개별 언론사의 사사가 일본에 번역돼 소개되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일본 주류 언론들은 한국 보수매체의 기사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시각을 일본에 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 언론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속에서 <한겨레>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책의 보론에서 “대안 언론에서 주류 언론이 됐으니 이념과 활동도 한 차원 상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간 이래 이념인 ‘민족언론’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동아시아에 보다 강하게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며 “동아시아 민중이 화해에서 신뢰 조성, 그리고 연대에 이어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명확한 개념과 실천 요강을 구체화하는 것이 어떻겠는가”고 조언했다.

그는 ‘가짜 뉴스’와의 싸움도 <한겨레>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포스트 트루스’(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개인적 신념이 여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저널리즘 존재를 부정하는 큰 위험성이 있다.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저널리즘 위기마저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집약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적었다.

그는 “<한겨레>가 가짜 뉴스와 맞설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 문제에 대한 대처는 주류 언론이 해야 할 몫이며, <한겨레>가 이런 역할을 할 가장 적절한 언론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한겨레> 안에 저널리즘 연구소가 없다”며 “신문사 스스로 저널리즘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언론 민주화 운동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 가져야 하지만 한편으로 이제 세계 언론사에 <한겨레>의 사명이나 역할을 자리매김하면서 저널리즘 기관으로서 한 단계 차원을 올라갈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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