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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리포트] "요즘 가장 핫한 회사 가보면..모두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이승윤 2019. 11.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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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문제 데이터로 해결
대화방 욕설 자동검열 AI도
"전문가1명 고용으로 끝 아냐
모든 사람이 데이터를 통해
배워나가는 조직에 들어가라"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데이터사이언스콘퍼런스(ODSC)에서 구글의 최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캐시 코지로프가 청중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ODSC]
"데이터 사이언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7년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가장 섹시한 직업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글이 올라왔었다. 지금 가장 섹시한 조직은 데이터 사이언티스들을 소화해 이 사회에 가치 있는 것들을 생산하는 곳들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를 통해 배워 나가는 회사나 조직에 들어가라."(피비 바야노스 USC 교수)

지난 10월 29일부터 4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근 하얏트 리전시 호텔에서 열린 ODSC 행사에는 '데이터 폭발'의 시대에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몰렸다. 나흘간 열린 이 행사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하게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례들이 발표됐다. 예를 들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USC(남가주대)에서는 노숙자들의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 정책들은 노숙자들의 실제 요구사항(공공서비스의 고객 요구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책들이 제공됐다. 바야노스 교수팀은 이들의 요구부터 먼저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뒤 이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이 최적의 주택 정책을 제안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는 "기존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은 실제 복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노숙자들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들의 피드백을 통해 보다 나은 정책 프로세스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했더니 만족도가 30% 나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기존 복지 담당 직원들이 모두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 가장 놀라운 변화였다고 그는 밝혔다.

게임이나 소셜미디어상에서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대화방 창에서 '패드립(패륜적 욕설)'이 난무할 경우 이를 걸러주는 인공지능도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가능하다는 발표도 있었다. 듀크대에서 온 연구자 매슈 케니는 딥페이크(조작 동영상) 기술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그를 통해 딥페이크가 무엇인지를 인공지능으로 골라내는 방법 등을 직접 시연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데이터가 코앞에 다가온 미래에 가장 중요한 가치 창출의 원천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조직에서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혼자의 힘으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10월 29일 첫날 키노트를 맡은 구글의 의사결정 관련 데이터 사이언스팀 리더인 캐시 코지로프는 "머신러닝이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것처럼 쉬워지고 있는 시대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 대한 기대가 풍선껌(거품)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이제 전자레인지 돌리는 역할 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핵심 역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지로프는 이어 "데이터 사이언스는 팀스포츠"라며 "애널리스트, 엔지니어 등 제대로 된 팀을 구성해야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결합해 의사결정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사결정에 있는 상급자들이 끊임없는 학습을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만일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길 거부하고 기술을 학습해 나가지 못하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의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는 것이다. 코지로프는 미국에서 경제학, 통계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 전공을 두루 섭렵한 후 구글에서 일을 시작했다. 구글 클라우드 부문의 대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Chief Data Scientist) 역할을 맡다가 지난해 구글의 의사결정 담당 사이언티스트(Chief Decision Scientist) 타이틀을 얻어 화제가 됐다. 구글 전체의 부분별 알고리즘 연구팀들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미국 세일즈포스에서 아인슈타인 플랫폼 데이터 부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세라 어니도 '데이터 사이언스'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문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머신러닝은 전체 프로세스의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한 명보다 정말 팀과 에코 시스템,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수많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뿐만 아니라 학생과 인접 분야 종사자들도 몰렸다. 일본 와세대대 4학년인 미치코 씨는 "일본 정부에서 외국 데이터 관련 행사 참석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응모해 오게 됐다"며 "기술 동향을 익히고, 교환학생을 왔던 UC버클리 교수실에도 들러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과정 지원을 상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대법원의 CFO인 대런 댕은 "법원에 나를 포함해 6명의 데이터 관련 종사자들이 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최신 동향을 익히고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처럼 금융 관련 정보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S&P 글로벌에서도 행사 중 부스를 마련하고 발표에 나서는 등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실리콘밸리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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