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두환 골프는 국민 기망, 한국판 홀로코스트법 만들자"

최경호 2019. 11.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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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두환 재판서 '불출석 허가 취소' 촉구
"아프다"며 골프 라운딩.. 국민들 기망 행위
재판부의 '불출석 재판 허용' 전제 무너졌다

김정호 변호사, “5·18학살 재판… 일반사건 아니다”
『전두환 회고록』 소송을 주도해온 김정호 변호사가 불출석 재판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던 중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에게 항의를 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연합뉴스]

11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앞. 『전두환 회고록』 의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주도해온 김정호(47) 변호사는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소환을 촉구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라는 핑계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던 전두환씨가 골프를 친 사실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며 “재판부가 불출석을 허가할 수 있는 전제조건도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재판 후 “본인의 재판을 버젓이 놔두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모습은 국민의 공분을 넘어 사법정의의 측면에서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사안의 중요성이나 재판의 역사성 등을 감안해 당장 12월 재판기일이나 1월 기일에는 반드시 재판에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5·18 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신의 재판에는 불출석하면서도 건강하게 골프를 치는 모습이 확인돼서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에 대한 강제소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전씨가 지난해 6월 기소된 후 지속해서 여러 핑계를 대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 3월 11일에도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해서야 마지못해 법정에 설 정도”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불출석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검찰 측 요청에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 등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2017년 4월 5·18단체와 조비오 신부 유가족의 고소를 토대로 수사한 끝에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기소된 후 건강상 이유와 관할지 이전 요청 등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자 지난 1월 구인장을 발부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재판이 지난 3월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전씨가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비오 신부는 거짓말쟁이” 피소
당시 전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의 재판에 처음으로 출석하고도 불출석 재판에 대한 의지를 고수했다. 거주지인 서울과 광주지법까지 이동 거리가 멀고 알츠하이머로 인해 의사전달이 안 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건강상 이유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기 위한 핑계”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골프장 화면을 보면 정정하게 골프장 18홀을 다 돌뿐 아니라 본인 스코어 계산도 하고 있다”며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묻는 말에 본인의 의사를 아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봤을 때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동영상은 임 부대표가 지난 7일 공개한 골프장 영상을 말한다. 해당 영상 속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의 책임을 묻는 임 부대표의 질문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임 부대표에게 “군에 다녀왔느냐,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명령을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정호 변호사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과정과 이번 재판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홀 돌고 스코어 계산…재판 출석해야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미 피고인은 1997년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5·18 당시 내란 목적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며 “이런 상황을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또다시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은 5·18의 학살 책임자를 다시 법정에 세웠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재판을 5·18 진상규명과 한국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행위 처벌법을 제정하는 단초로 삼아야만 이번(골프장)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4월부터 2차례 진행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의 승소를 주도해왔다. 앞서 법원은 2차례 소송에서 회고록 제1권 ‘혼돈의 시대’에 대한 출판 및 배포를 금지했다. 회고록 내용 중 헬기 사격 부정이나 조비오 신부에 대한 비난 등 상당 부분이 허위사실이어서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로 본 5·18 당시 헬기총격 개념도. [중앙포토]


전두환 회고록, 2차례 출판·배포금지
법원은 2017년 1차 소송 때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주장(535페이지 등 18곳) ▶헬기 사격은 없었다(379페이지 등 4곳) ▶조비오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484페이지 등 3곳) 등 33가지 내용을 허위 내용으로 판단했다. 2차 소송 때는 ▶희생자들에 대한 암매장 부정(485페이지) ▶광주교도소에 대한 시민군 습격(518페이지) 내용 등을 이유로 회고록에 대한 출판·배포를 금지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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