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 노동자상 '일본인 모델' 논란 가열..조각가 "명예훼손 됐다"
김소연 의원, 이우연 연구위원 "일본인 모델로 제작했다"
조각가 부부, "특정 사람 모델 아닌 작가 상상적 표현"
이들 부부 대전, 서울 용산, 부산 등에 노동자상 세워
일제 징용 노동자상의 ‘일본인 모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노동자상을 만든 조각가가 "징용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주장한 대전시의회 김소연(바른미래당) 의원과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이우연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주동식 지역평등 시민연대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노동자 상을 조각한 김운성·김서경씨 부부는 최근 “김소연 의원 등이 ‘일본 노무자를 모델로 해 징용노동자 상을 만들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은 우리 부부에게 각 6000만원씩 내놔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부부는 소장에서 “2016년 8월 24일부터 지난 8월 13일까지 일제 징용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만들어 일본 교토(京都)·서울 용산역·부산·제주·대전 등에 설치했다”며 “징용과 관련된 신문기사, 논문, 사진 자료를 연구해 탄광 속의 거칠고 힘든 삶을 표현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노동자 상을 구상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고민과 역사가 노동자상에 녹여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특정 사람을 모델로 하지 않고 우리가 구상한 이미지로 작업했다”며 "대전에 세운 징용 노동자상 곳곳에도 작가의 상상적 표현을 녹였다"라고 했다.
김씨 부부는 "노동자상이 야윈 상체를 드러낸 것은 진폐증과 부족한 식사 등으로 강제 노역에 몸은 야위었지만, 삶에 대한 의지, 자유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노동자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서경 작가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맞지만, 지금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소연 의원은 지난 8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우리가 ‘징용 노동자’로 알고 있는 사진 속 남성들은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이는 사료로서 확인되었고 교육부에서 이를 인정하고 (교과서 사진을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이 주장한 남성은 1926년 9월 9일 일본 아사히카와 신문에 실린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받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기사에 나온 일본 노무자 사진을 말한다. 이 사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사 7종 교과서에 '조선인 강제징용' 등의 제목으로 실렸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목 국정교과서에 실렸다가 언론과 연구자들의 문제 제기로 스티커를 붙여 사용했다고 이 연구위원 등은 밝혔다.
이우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발견된 여러 징용 노동자 사진 가운데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모습을 한 사람은 사진속 일본인 노무자가 유일하다”라며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워낙 널리 알려져 작가가 해당 사진을 직접 참조하지 않았어도 주변에서 알려줬을 개연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평화나비 대전행동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월 13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보라매공원에 징용 노동자 상을 세웠다. 동상은 삐쩍 마른 노동자가 오른손에 뾰족한 괭이를 들고 왼손으로 눈 부신 햇살을 가리며 바라보는 모습이다. 발아래에는 석탄과 위패 이미지를 배치, 고단했던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월 10일 시민을 상대로 징용 노동자상 건립 모금 활동에 나섰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