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세금 안 내는 日 기업..서민들은 "못 살겠다"

2019. 11.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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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천|일본 도쿄도시대학 사회미디어학과 준교수


일본에서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가뜩이나 빠듯한 가계에 소비세 2% 인상 소식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뉴스다. 그 와중에 1조 엔이 넘는 순이익을 낸 기업이 법인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다.

문제가 된 기업은 세계적인 투자가로 알려진 손정의 씨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이다. 비록 올 하반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당한 수익을 냈다. 2018년도 3월 결산 기준 소프트뱅크 그룹은 모두 1조390억 엔의 순이익을 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세대상에 해당되는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 납부를 면제받았다.

알고 보니, 2016년 인수한 해외 자회사 주식의 일부를 그룹 내 기업들에 양도하는 과정에서 결손금을 발생시켜 세무상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합법적인 절세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빠듯한 상황에서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야 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 리 없다.

게다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주간 동양경제>가 발표하는 상장기업 배당 수입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18년도 보수와 배당금은 100억 엔이 넘는다. 이를 평균소득 551만 엔으로 나누면, 1851명분의 소득을 합친 금액에 해당한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낸 건 이번 소프트뱅크만이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도요타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순이익 2조 엔이 넘는 회사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도요타는 2010년과 2011년 리만 쇼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납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금고가 두둑해졌다. 그럼에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09년에도 3200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역시 납세액은 0 엔이었다. 아마존 일본 법인도 법인세 납부액은 0 엔에 가깝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 정부의 총 세금 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31%에서 2018년엔 20.4%로 뚝 떨어졌다. 일본의 법인세율은 아베 정권 들어서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소프트뱅크가 2018년 순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제대로 납부했다면 2300억 엔의 국고 수입이 생기게 된다. 이는 소비세 2%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입 4조 6000 엔의 5%에 해당되는 액수이다.

이익을 낸 기업이 제대로 납세를 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문제는 현재 일본 국민들의 소득이 기업들의 세금 감면을 감당할 수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8년 국민생활 기초자료를 보면 62%의 세대가 평균소득인 551만6천 엔에 못 미치는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층이라고 분류되는 연 소득 200만 엔 미만의 비율은 19.9%로, 다섯 세대 중 한 세대가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 300만 엔 미만은 33.4%, 400만엔 미만은 47.0%, 500만 엔 미만은 57.1% 였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이 낮은 계층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999년도에는 300만 엔 미만의 소득을 얻는 가계 비율이 27.2%였던 것이 2018년에는 6.4%p증가했다. 400만 엔 미만의 비율은 39.0%에서 18%p 증가했고, 500만 엔 이하의 비율은 48.8%에서 8.3%p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HK보도에 따르면 가계 평균 소득은 1994년 664만 엔에서 2017년 551만엔으로 23년 동안 17%나 줄었다.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57.7%의 세대가 현재의 생활이 '힘들다'고 답했다.

서민들의 지갑은 소비세 인상으로 더욱 말라가고 있는데도 기업경영자단체인 경제동우회의 간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2024년에는 소비세를 14%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0% 넘는 기업들이 법인세를 내지 않는 상항인데도 소비세 인상에만 관심을 보이는 아베 정부. 이런 분위기 속에 한동안 일본 내 저소득층의 비율은 더 늘어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한층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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