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원 추방'에 나경원 "北 눈치보기..우리가 홍콩 시민이 될지 몰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북한 선원 추방 문제와 관련, “핵심은 북한 눈치보기 아니었느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 되는데 자유와 인권이 없는 무시무시한 북한 땅에 보낸 것은 헌법, 국제법, 북한이탈주민법 위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 선원들이 귀순 의향서를 자필로 썼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포승줄로 묶어 판문점에 데려갔으며, 목선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발견됐다는 등의 보도를 언급, “이 부분에 대해 일단 진실을 알아야겠고 이러한 부분에 있어 어떤기 준과 절차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조만간 상임위를 열어 진실을 밝혀보도록 하겠다. 정보위, 국방위, 외통위가 수고해주실 것”이라며 “만약 상임위만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 부족함이 있다면 국정조사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홍콩 사태를 언급, “오늘날 홍콩 사태를 촉발한 계기가 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범죄인 송환법"이라며 "언제 우리가 홍콩 시민이 될지 모른다. 이 역시 북한 주민 북송과 관련해서 우리하고 무관한 일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北 선원 추방’ 의혹에 정부 “근거없는 의혹제기 유감”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던 선박의 길이가 비록 15m(17t급) 길이에 불과하지만, 아래쪽의 휴식공간과 조업공간이 분리돼있어 ‘16명 순차 살인’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추정한다.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방된 북한 주민 A, B씨는 동료 선원들과 함께 지난 8월 중순 러시아 해역 등을 돌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또 다른 동료 C씨와 공모해 흉기와 둔기로 선장 등 3명을 차례로 살해했다.
이들은 취침 중이던 선원들을 '근무 교대를 해야 한다‘며 40분 간격으로 2명씩 불러내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정부는 또 ’선박 소독 조치‘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절차 등에 따른 것으로, 지난 5월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일축했다.
정부는 “금번 예외적인 추방조치와 정상적 귀순 과정에서의 범죄 상황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북한 주민에 대한 ’전원수용‘ 방침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 변호사단체, 살인혐의 北선원 추방 “헌법 위반”
북한으로 추방된 선원 2명의 북송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보수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지난 11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북한 선원 강제 북송에 의한 생명권 등 인권침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의법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한변은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살인범이기 때문에 추방했다고 밝혔으나, 살인범인지 여부를 따지기 전 헌법 제3조에 의해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대한민국의 현실적 관할 범위 내로 들어온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 국정원 “송환 北선원, 살인증거 인멸”
국가정보원이 지난 7일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선원을 살해한 증거를 이미 인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안보 문제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들은 이미 배도 씻었고 흉기도 버려 범죄 (증거를) 지웠다는데 (경위를) 어떻게 알았냐, (이들이) 실토한 것이냐고 (국정원에) 물었다”며 “그 과정을 들었지만 우리 군과 안보와 관련된 문제여서 공개할 수는 없다”라며 국정원 보고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이들이 처음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다른 방식으로도 정보를 입수한 것을 활용해 (그 부분을) 확인했다”며 “어떤 식으로 정보를 입수했는지 밝히긴 어렵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이 두 명이 범죄자이고 도주자인 것을 알고 조사가 철저히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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