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 말렸는데 결국..한국공작기계 다음주 파산"

CBS 시사포커스경남 2019. 11.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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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파산선고 앞둔 한국공작기계 노동자
IMF때도 끄떡없었던 50년 전통의 기업
사측, 빚내서 STX유한공사 인수
노조 위험성 알고 말렸지만 강행
전 회장 "눈이 좀 뒤집어졌던 것 같다"
다음 주 중 파산선고..새 주인 만날 희망
(사진=자료사진)
(사진=자료사진)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김수연 지회장 (금속노조 마창금속지회)

◇김효영> 경남 창원에 50년 전통의 '한국공작기계'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한 때 잘 나가는 회사였는데, 지금은 문을 닫게 될 위기에 놓였다고 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노동자는 단 세명. 그 세 명 중 한 분 만나봅니다.
김수연 금속노조 경남지부 마창지역 금속지회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수연> 안녕하십니까.

◇김효영> 한국공작기계, 어떤 회사인지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수연> 제가 97년부터 23년째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파산이 곧 임박해있고요.
이 회사는 97년도부터 2002년도까지, IMF 때도, 그 어렵다는 시기에도 수출도 많이 했고 국내 내수시장도 활발하게 했기 때문에, 'IMF가 있었냐?'는 말까지 했던 회삽니다.
그때 철야도 하고 뭐 엄청나게 일을 했죠. 호황기 때는 2010년, 11년 이 때 매출액이 1180억을 찍기도 했습니다.

◇김효영> 뭘 만드는 회사입니까?

◆김수연> 쇠를 깎는 기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금속을 가공하는 기계.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효영> 기계를 만드는 기계. IMF가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철야 작업까지 해야 되었던 회사. 불과 8년, 9년 전에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던 그 회사가 지금 노동자 세 명밖에 남지 않은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진=자료사진)
◆김수연> 음..회사가 2012년부터 회사를 좀 확장을 하려고 추진을 합니다. 부산에 있는 KSP라는 회사를 인수를 합니다. 한국공작기계가. 또 중국에 있는 STX유한공사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STX관련 계열회사거든요.

◇김효영> 네.

◆김수연> 거기를 회사가 은행을 통해서 KSP를 담보로. 은행을 통해서 단기차액금을 지불받아서 투자를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투자로 생각했는데 모르겠습니다. 욕심이 생겼는가는 모르겠지만 제가 직접 들은 얘기가 있는데요. 현재 배임죄로 감옥에 계시는 전 회장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이.

◇김효영> 뭐라고 했습니까.?

◆김수연> '내가 잠깐 눈이 좀 뒤집어진 것 같다'…이렇게 얘기를 하셨거든요.

◇김효영> 아이고.

◆김수연> 그때 조선업이 굉장히 하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진입을 합니다, 중국으로. 현금유동성이, 영업 외 비용이 많이 발생을 합니다. 은행에 들어가는 이자비용만 한 55억에서 60억 가량. 2016년도에 들어서 회사가 계속 적자를 내고 누적적자가 발생을 하니, 매각도 시도했지만 안되서, 2016년도 7월에 회생계획을 신청을 하죠.

◇김효영>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결국.

◆김수연> 네. 제가 그때 말렸습니다. 저희 산별노조에서 STX엔진이라는 사업장이 있어요. 거기에 있는 지회장님께서 저한테 소스를 주셨어요. 여기 진입하면 회사가 위험하다고.

◇김효영> 위험하다.

◆김수연> 회사가 위험하다. 하지마라라고 얘기를 해주셨고, 제가 바로 들어가서 얘기를 했고 몇 번을 말렸습니다. 그런데 저희 얘기는 귀담아 듣지 않고 본인들이 추구하는, 추진하는 방식대로 계속 추진을 했죠.

(사진=자료사진)
◇김효영> 노동자들은 위험성을 알고 말렸는데...한창 잘 나갈 때 직원은 몇 분 정도였습니까?

◆김수연> 2010년을 기준으로 하면 상시직 150명. 소사장 50명 해서 200명 가량됩니다.

◇김효영> 근데 지금 남은 분은 세 분. 다 떠나가신 거군요?

◆김수연> 대표이사가 설명회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10월 10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해라. 그리하면 퇴직금은 챙겨주겠다. 조건이 있다. 지금까지 진행하던 것, 생산하던 것 마무리하고 퇴직금 받아가라'.

◇김효영> 그랬군요. 근데 왜 남으신겁니까?

◆김수연> 일단 50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가 이렇게 허무하게 파산을 한다는 것은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도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좀 많고요. 아쉬운 점이 너무 큽니다. 제가 23년째 근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고향이 부산인데 취업을 여기로 했습니다. 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입니다.

◇김효영> 청춘을.

◆김수연> 청춘을 바친 회사입니다. 너무 아쉬움이 커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좀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저희는 무능한 경영진이 이 회사를 이렇게 50년 역사를 끝맺음을 했기 때문에 아직 끝은 아니지만은 새로운, 올바른 주인이 나타나면 그쪽으로는 고용승계를 좀 요청할 생각입니다.

(사진=자료사진)

◇김효영> 월급은 받으셨나요?

◆김수연> 10월 월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기들 말로는 그만두고 다 나갔으니 계산할 사람이 없다. 직원이 없어요. 일할 직원이 없습니다.

◇김효영> 그 월급 줄 사람이 없다?

◆김수연> 월급을 챙겨줄 사람이 없는 거죠. 그러면 대표이사 본인이라도 챙겨줘야 되는데...

◇김효영> 파산선고가 곧 내려집니까?

◆김수연> 다음 주 중에 파산선고가 내려질 예정으로 들었습니다.

◇김효영> 새로운 주인이 빨리 나타나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게 남아있는 분의 뜻일 텐데,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김수연> 희망은 좀 있다고 봅니다. 희망은 있다고 보고 있고요. 7개의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받아갔거나 제출하셨거든요. 현재 자산이 한 400억 정도 감정평가 나오고 부채가 한 600억이 되니까, 파산을 가게 되면 자산만 남는 형태가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좀 나타날 것이란 희망을 좀 가지고 있습니다.

◇김효영> 파산으로 좀 털어내고 나면.

◆김수연> 예. 전문가들은 '필요적 파산'이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김효영> 알겠습니다. 회사 나갔던 동료들, 어떻게 지내던가요?

◆김수연> 대부분 실업급여를 수급하고 있겠죠. 지금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는 상태니까.

◇김효영> 인수가 되고 나면 나갔던 분들 같이 들어와서 일을.

◆김수연> 공작기계라는 게 범위가 크게 넓지가 않습니다. 저희 회사에 있다가 또 다른 모 회사에 가서 일을 하셨다가 또 다시 돌아오시고 뭐 이런 일이, 로테이션 하는 경향이 좀 많습니다.

◇김효영> 멀리 못가는 군요. 그분들도 빨리 인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겠군요.

◆김수연> 잘 되기를 원하고 저희들한테 응원도 보내주시고요. 그 힘을 가지고 버티고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김효영> 쇠 깎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못 들은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김수연> 몇 달 된 것 같아요.

◇김효영> 듣고 싶으시죠?

◆김수연> 듣고 싶죠. 많이 듣고 싶죠. 만지고도 싶고. 노동력을 제공하고 싶죠. 얼마든지.

◇김효영> 매각작업 잘 되어서, 한국공작기계가 과거의 영화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또 같이 일했던 분들 다시 모여서 으쌰 으쌰 기계 좀 돌려봤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김수연> 고맙습니다.

◇김효영> 지금까지 김수연 지회장과 함께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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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포커스경남] ob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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