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상] 연세대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 또 훼손..항의하자 "중국 정치에 너가 무슨 상관이냐"

김우영 기자 2019. 11. 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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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홍콩 시위 지지 게시물 훼손 영상 단독 입수

중국인 추정 남녀 2명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 무단 철거

항의하자 "한국인이 무슨 상관이냐" "신경 쓰지 마"

경찰, 첫 공식수사 착수…"재물손괴 혐의 적용"

연세대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녀 2명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근 연세대뿐만 아니라 서울대·고려대 등에서도 현수막과 대자보가 훼손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대학가에서 홍콩시위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13일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연세대 학생모임)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쯤 연세대 교내에서 이 모임이 설치한 홍콩 시위 현수막 1개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녀 2명이 철거했다. 현수막에는 ‘Liberat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Free Hong Kong, revolution of our times(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연세대 학생 모임 소속 학부생 A씨로부터 단독 입수한 현장 동영상에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남녀 2명이 현수막을 접어 어딘가로 옮기려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을 촬영한 A씨가 이 남녀에게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거냐. 제 현수막이다. 돌려달라"고 하자 이들은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인이 무슨 상관 있어?" "중국 정치 때문에 너가 무슨 상관 있어?"라고 답했다.

이 남녀는 A씨에게 "왜 찍으세요"라며 영상 촬영에 대해 항의했다. 이에 A씨는 "제 돈으로 건 사적 소유물인 현수막을 왜 가져가냐" "대답 안 하시면 동영상을 증거로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반복해서 추궁했다. 남성은 중국어로 "부슈오(不说 말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 A씨가 현장을 이탈하려는 남녀를 따라가 소속이 어디인지를 묻자, 남성은 "워 부 시앙 건 니 슈오화(我不想跟你说话·나는 너랑 말하기 싫다)" "부 구안 워(不管我·나한테 신경쓰지 마)"라고 했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촬영한 영상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누가 범인인지 모르기 때문에 피고소인을 특정하는 대신 ‘2인’이라고 표기했다"며 "당시 촬영된 영상을 돌려보니 이들이 중국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4시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녀 2명이 연세대에 설치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현수막을 무단 철거하고 있다. 영상을 촬영한 연세대 학생 A씨는 두 사람을 경찰에 고소했다. /독자제공

서대문서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대학가에서 잇따라 발생한 현수막 훼손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정식 수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앞서 연세대 학생모임은 지난달 24일에도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 4개를 게시했다. 그러나 이 현수막들 역시 설치 하루 만에 괴한에 의해 철거됐다. 이달 4일에도 같은 장소에 현수막을 게시했지만 하루만에 또 사라졌다.

지난달 24일 오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을 무단 철거하고 있다. 이들 중 한 남성(오른쪽)은 오른손에 가위를 들고 있다. /김기성씨 제공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김기성(25)씨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9시쯤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 2명, 여성 3명 등 5명의 무리가 가위를 들고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을 무단 철거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며 "이들은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밝혔고,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 중국어를 썼으며 ‘원 차이나(One China·하나의 중국)’를 수차례 외쳤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들은 어눌한 한국말로 ‘남의 나라 일에 신경 쓰지 마라’ ‘홍콩 시민들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의 행동은 애국(愛國)’이라는 등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6일 홍콩 지지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일 수 있도록 마련한 ‘레넌벽(Lennon wall)’에는 "홍콩은 영원히 중국 땅이다" 등의 친중(親中) 성향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 수십여 장이 붙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정경대 후문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와 반대 대자보가 붙어있다. /권오은 기자

지난 11일엔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훼손됐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후드티를 뒤집어쓴 몇몇 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 위에 중국의 오성홍기를 부착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대자보 주변에는 "홍콩 폭동의 본질은 테러리즘이다" "HongKong belongs to China! HongKong is part of China forever(홍콩은 중국에 속한다,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일부다)" 등의 글이 붙었다.

또한 이 대자보를 붙이는 과정에서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이 욕설을 주고 받기도 했다. 한국인 학생이 "홍콩 시위가 왜 불법이냐"고 쏘아붙이자, 중국인 유학생도 소리를 지르며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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