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부, '성평등 교육하다 직위해제' 도덕교사에 직위해제 '유지' 결정

이보라 기자 입력 2019. 11. 14. 14:13 수정 2019. 11. 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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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교육부가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성비위’로 직위해제된 도덕 교사의 처분취소 청구 요청을 기각했다.

교육부는 배이상헌 도덕 교사가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한다고 14일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주문만 나왔다. 자세한 사유가 담긴 결정문은 이달 28일 배이 교사에게 통보될 예정”이라고 했다.

배이 교사는 지난 8월 말 광주시교육청의 직위해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직위해제 처분취소를 청구했다. 그는 전날 세종시 교육부에서 열린 직위해제 처분취소 소청심사위원회에 참석했다. 배이 교사는 심사위에서 “학생의 신고내용이 전체 학생에게 공개된 수업 내용임에도 교사와 다수 학생의 확인과정 없이 일부 학생의 신고 내용만으로 성비위를 확정하고 직위해제 조치를 집행했다”며 “교과 수업 내용과 해당 영상과의 관련성을 따지지 않은 채 학생의 불편함만을 근거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배이 교사는 이날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심사위가 직위해제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며 “피청구인 측 광주시교육청 장학사의 인신공격적 발언은 소청심사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공무를 처리해야 할 입장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배이 교사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사위에서 “신고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이 배이 교사를 성도착증 환자 같다고 한다. 편하게 학교생활 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장학사가 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한 말을 전한 것”이라고 했다.

배이 교사가 지난해 9∼10월과 지난 3월 광주의 ㄱ중학교 2학년 도덕과 수업의 ‘성윤리’ 단원을 다루면서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배이 교사는 이와 함께 수업에서 성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발언들을 인용했다고 했다.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뒤바뀐 가상 사회를 다룬다. 일상적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현실을 뒤바뀐 성역할로 깨닫게 하는 ‘미러링’ 효과를 노렸다. 주인공 남성은 유모차를 끌고 가다 상의를 탈의한 채 운동하는 여성들을 마주친다. 한 여성은 반바지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분다. 또다른 여성들은 주인공을 성추행한다. 부인은 주인공이 성폭력을 당한 게 부적절한 옷차림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영화를 본 학생들 중 일부가 불쾌감을 느껴 학부모에게 알렸고 지난 6월 학부모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ㄱ중학교는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배이 교사에게 성희롱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시교육청은 6월 말과 7월 초 ㄱ중학교 1~3학년 등 300여명에 전수 조사를 실시해 민원과 유사한 신고내용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7월 초 배이 교사에 대해 수업배제 조치를 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 7월 말 배이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배이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를 두고 여성계와 교육계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직위해제를 지지하는 측인 일부 여성단체들은 교실에서 권력을 가진 ‘50대 남성 교사’의 수업으로 피해자 측인 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위해제를 비판하는 측인 전국도덕교사모임과 일부 여성 전문가들은 성폭력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판단 없이 광주시교육청이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말한다. 또 이같은 조치로 성평등 교육 노력이 위축된다고 우려한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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