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내면화시키는 대입 거부합니다"..수능 보이콧한 당돌한 청소년들

박순엽 2019. 11. 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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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끄럽지 않고자 대학 입시와 경쟁 사회를 거부합니다."

◇"대학 입시가 폭력과 차별 내면화"10·20대 6명 입시거부선언55만명에 이르는 수능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한 날, 박군처럼 수능을 치르길 거부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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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능]10~20대 6명 입시 거부 선언
"대학 입시가 친구를 경쟁상대로 만들어"
"선언으로 경쟁 사회에 실금이 나길 기대"
‘2019 대학입시 거부 선언’에 참여한 해별(활동명)양이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선언에 참여한 이유 등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자 대학 입시와 경쟁 사회를 거부합니다.”

경남 밀양에 사는 박경석(19)군은 현재 고3 학생이지만,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아침 수능 시험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박군은 이날 대학 입학이라는 한 길을 향해 달리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대학 입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군은 “(청소년들에게) 폭력과 차별을 내면화시키는 학교와 교육에 순응해 대학을 가는 게 부끄러울 것 같다”고 당돌한 선언의 이유를 밝혔다.

◇“대학 입시가 폭력과 차별 내면화”…10·20대 6명 입시거부선언

55만명에 이르는 수능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한 날, 박군처럼 수능을 치르길 거부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였다. 이들은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하며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한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 주최해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이어지고 있는 선언에 올해는 청소년과 청년 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 입시제도가 청소년들을 끝도 없는 경쟁에 몰아 넣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군은 “대학은 어려운 사람들과 연대하지 못하게 만드는데다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지식과 학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라며 “이런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교육은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하고 폭력과 차별을 내면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군과 함께 대학입시를 거부한 해별(활동명·18)양 역시 “학교에선 대학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 좋은 대학 가는 사람과 안 좋은 대학 가는 사람을 분리하고 차별한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나도 모르게 나보다 (성적) 등수가 위아래인지 구분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입시 경쟁에 부당함을 느낀 해별양은 현재 경남의 일반 인문계열 고교에 다니고 있지만 내년 수능에 응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안정적 삶 위해 견뎌야 하는 사회 싫어…내 삶 스스로 그려가길”

대학 생활을 경험한 20대 청년들도 선언에 힘을 보탰다. 20대 영민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에 가고 싶어 하루 4시간씩 자면서 공부했지만 대입 이후에도 취업을 위해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른바 버텨야만 하는 현실에 실망해 대학을 그만뒀다. 영민씨는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모두가 견뎌야 하는 사회는 싫다”며 “대학을 나오고 나니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겪지만, 내가 내 삶의 길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시거부 선언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군은 “오늘 입시거부선언을 한 우리만의 힘으로 입시 경쟁을, 대학 구조를 바꿀 수 없을 것이고 입시 경쟁이 바뀐다고 세상이 다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오늘 이 선언으로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경쟁 사회에 실금을 내는 일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눈재(활동명·17)군도 “자신의 가치가 시험 점수로 매겨지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학생들의 생각엔 관심 없고 성적에만 중심을 두는 입시 제도에 조금의 균열을 내고자 사람으로서 제 가치를 쓸모에 두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선언을 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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