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흑사병 쇼크.. "病보다 정보 통제가 더 두렵다"

홍콩/박수찬 특파원 2019. 11. 15.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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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 20여일 늑장공개 비판
당국, 환자 2명중 1명 중태만 밝혀.. 이동경로 등 구체 정보는 입 닫아
- NYT "中, 흑사병 관련 온라인 봉쇄"
환자 치료한 의사가 쓴 글 삭제돼 "병원출입 통제" "아니다" 說 무성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베이징으로 이송돼 페스트(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2명이 중국 정부가 발표하기 20일 전부터 호흡곤란과 고열을 호소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전염성이 높은 병인데 확진 발표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뭐냐"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중국 당국은 14일 "둘 중 한 명은 위중한 상태"라며 "추가 환자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베이징 보건 당국은 12일 "네이멍구 시린궈러(錫林郭勒) 거주자 2명이 폐(肺) 흑사병으로 확인돼 베이징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시린궈러는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약 500㎞ 떨어진 지역이다. 두 환자는 부부 사이로 남편은 43세, 아내는 46세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환자의 구체적 이동 경로 등은 밝히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朝陽)병원 의사 리지펑(李積鳳)은 최근 자기 위챗(소셜미디어)에 지난 3일 이들을 진료했다는 글을 남겼다. 리씨는 지난 3일 네이멍구에서 온 중년 남성을 진료했는데, 이미 10일간 호흡곤란을 겪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네이멍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개선되지 않아 의사 추천으로 베이징의 병원을 찾았고, 이 남성의 아내 역시 호흡곤란과 발열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흑사병으로 확진하는 데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리씨는 "호흡기 질병 진단과 치료가 전문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며 "전염병 관련 정보는 그냥 전파할 수 없는 만큼 반복해 확인하고 조사해야 했다"고 밝혔다. 리씨의 글과 폐 흑사병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이들은 10월 19~22일쯤 감염돼 10월 23일부터 열흘간 네이멍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1월 3일 이후 베이징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이 글은 애초 중국 의료 전문 인터넷 매체인 'CN 헬스케어'를 통해 알려졌지만 현재 리씨의 글과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중국 경제매체인 차이신은 경찰이 지난 11일 밤부터 차오양병원 응급실을 통제했다고 보도했다. 폐 흑사병은 환자가 재채기할 때 나오는 침으로도 전파되기 때문에 흑사병 가운데서도 전염성이 높다. 차오양병원 관계자는 13일 중국 언론에 "해당 환자는 다른 기관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며 "구체적 정보는 정부가 정식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중국은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인 사스가 유행했을 때 발생 초기 당국이 정보를 통제해 오히려 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한 요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번 흑사병 환자 발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네이멍구에서 병이 나 10일이 지나서 베이징에 왔고, 또 흑사병으로 확진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며 "환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두려운 것은 흑사병이 아니라 대중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는 글도 있었다. 인터넷에는 환자들이 베이징의 한 아동병원에 입원해 있고 해당 병원의 출입이 통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병원 측은 아니라고 밝히는 등 혼란도 계속됐다.

베이징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오전 "흑사병 환자 2명 중 1명이 위중한 상태지만 악화되진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11명 규모 전문 대응팀을 꾸려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접촉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격리해 관찰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신경보는 방역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까지 접촉자 가운데 발열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은 흑사병 관련 언론 보도를 완전 통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NYT는 "중국 당국이 흑사병 관련 온라인 토론을 통제하는 조치에 들어갔다"고 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웨이보에 "2010년 이후 서북부 일부에서 매년 극소수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 등에 따르면 2010~2015년까지 중국에서 흑사병 환자가 10명 보고됐으며, 2010년부터 올해까지 흑사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총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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