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쓰는 교통방송 "정경심 공소장은 허위공문서" 궤변

표태준 기자 2019. 11. 1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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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0억 지원 받으며, 김어준 등 親與인사 내세워 '조국 비호']
정경심 차명거래엔 "돈 빌려줬더니 그들이 투자한 것 아닌가"
조민 '허위 인턴' 증거 확인됐는데 "했다는데 왜 안믿나" 억지

'정경심씨(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에 대한 검찰 공소장은 허위공문서.'

친문(親文) 방송인 김어준씨가 13일 아침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은 공공재인 전파(주파수 FM 95.1㎒)를 타고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출근길 교통 정보를 얻기 위해 버스에서, 택시에서, 승용차에서 tbs 교통방송 라디오를 듣던 시민들의 귀로 들어갔다.

tbs 교통방송은 해마다 세금 약 300억원씩을 지원받는 공영방송사다. 그런데도 조국 게이트 관련 사안에서는 패널진을 친여(親與) 인사 중심으로 편중되게 구성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일방적 주장을 퍼뜨리는 것이다. 이 방송사는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허위 사실 유포 등 총 14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는데 그중 11건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때문이었다. '조국 게이트' 국면에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일방적으로 검찰을 비난하고 조 전 장관을 비호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이 편파 방송을 하는 것은 일개 유튜브 채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편파의 수위는 11일 검찰의 정경심씨 2차 기소를 계기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김어준씨가 13일 방송에서 검찰 공소장을 "허위공문서"라고 주장한 근거는 '검찰이 정씨에 대한 공소장 내용 일부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다수(多數) 법조인은 "공소장 변경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017년 국정 농단 수사 당시에도 최순실씨 공소장 내용을 변경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이 마치 대단히 이례적이고 심각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김어준씨가 말하는 것은 "법조계 사정에 어두운 일반인들을 호도한 것"이란 설명이었다.

김어준씨는 정경심씨 차명 계좌 투자 의혹에 대해선 "알게 된 사람들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그들이 투자한 게 아닐까"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가 차명 거래에 이용한 컴퓨터 IP(인터넷주소)와 관련 문자메시지 등 투자를 주도한 객관적 물증까지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어준씨는 정씨 투자 금액을 "고작 몇 백만원"이라고 하면서 "고위 공직자 가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투자를 하기엔 액수가 너무 적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론 정씨가 차명 계좌로 사들인 주식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어준씨는 정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정경심 교수가 컴맹으로 알려졌는데 훈련받은 그래픽 전문가나 간신히 할 수 있는 수준의 표창장 위조를 본인이 (했을 리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 얘기는 다르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2013년 아들이 동양대로부터 받은 표창장을 스캔해 총장 직인 부분만 워드프로그램으로 복사해 보관하면서, 딸 등의 표창장을 위조하는 데 사용했다. 한 그래픽디자이너는 "포토샵으로 스캔한 상장의 직인 부분만 잘라낸 후 배경만 제거해 저장하면 끝나는 5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작업"이라며 "컴퓨터를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닌 한, 그 정도를 배우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조 전 장관의 딸 조민(28)씨를 검찰이 공범으로 적시한 것에 대해 "딸은 인턴을 했다는데 검찰은 '안 했잖아' 한다"며 "딸을 엮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람을 죽여간 것은 검찰 역사에 없다"고도 했다.

사실 조민씨의 허위 증명서 의혹은 검찰에 앞서 이미 여러 기관이 확인한 내용이다. 조민씨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선 3~4일만 활동했고, 인턴 증명서는 모친 정씨가 KIST의 지인을 통해 허위로 발급받았다. 이에 KIST는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직원을 보직 해임했다. 고교생이던 조씨를 병리학논문 제1저자로 올려줬던 단국대 교수는 대한병리학회에서 "조씨가 해당 논문에 기여한 바가 사실상 전혀 없다"고 고백했고, 해당 논문은 병리학회에서 취소 처분을 받았다.

김씨의 방송이 나가면서 친문 세력은 다시 결집하고 있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검찰의 소설을 뉴스공장이 까발렸다. 이분들이 이 시대를 바꾸고 있다" "30일 500만 촛불로 여의도를 점령하자"는 글이 쏟아졌다. 이들은 30일 여의도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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