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소미아 연장해달라" 美스틸웰 요청에 'NO' 한 김현종

안정훈 2019. 11. 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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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웰, 지난 6일 70분 면담에서
"지소미아 연장·유예하자" 촉구
김현종 "日수출규제 철회가 먼저"
김현종, 스틸웰 면담 [사진 = 연합뉴스]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청와대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NSC) 2차장을 만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연장 혹은 유예를 요청했으나 김 차장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한미 관계에 밝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스틸웰 차관보가 김 차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를 연장 또는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우리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며 "그러나 김 차장이 '일본이 우리측에 취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먼저'라는 원칙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선 별다른 합의 없이 면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연장·유예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일 양국의 합의로 지소미아 시한을 일정 기간 연장하고 추후 협의를 이어가는 방식, 지소미아라는 틀은 남겨두되 정보 교환은 중단하는 유예 방안 등을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오후 김 차장을 만나 70여 분 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김 차장을 만나기 전 외교부를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각 30여분씩 대화를 나눴고, 오후엔 국방부에서 정석환 국방정책실장과 면담했으나 지소미아에 대한 얘기는 구체적으로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실세'인 김 차장과 단독으로 담판을 지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은 지속적으로 지소미아와 관련된 협의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국 정부의 '자충수'라 보고 수출규제 조치와의 연계하길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식적으로 중재에 나서지는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장관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내주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고자 했으나 폼페이오 장관측 일정이 여의치 않아 불발됐다. 이를 두고 이미 지소미아 종료로 가닥을 잡은 우리 정부에 미국측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른 소식통은 "청와대가 '선 일본 수출규제 조치 철회' 방침을 고수하며 미국에 중재를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라며 "국무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 등에서 이런 정부의 방식에 불쾌감을 드러낸 관계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참모진은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대신 미국산 무기 구매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일종의 '안보 극일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분야에서 '반도체 국산화 전략' 등으로 극일 정책을 펼치는 것과 흡사한 계획으로 파악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다가오는 22일 우선 지소미아를 종료시키기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향후 연장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이를 레버리지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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