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천억 쏟아붓고도 고랭지 흙탕물 '콸콸'

2019. 11.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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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18년간 저감 사업 추진..저감 효율 불과 10%↓
"무주지 매입해 펀치볼 지방 정원 조성·대규모 경지정리사업 추진해야"
하천 살리기 포럼 [인제군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시뻘건 흙탕물로 인해 모래가 쌓이고 소(沼)가 사라지면서 산란처가 없어지다 보니 쏘가리와 열목어 등 물고기 씨도 말랐습니다. 예전엔 '물 반 고기 반'이던 청정 하천이었는데…"

15일 오후 인제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북천·내린천 살리기 포럼'에 참가한 박광주(49) 인북천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흙탕물 피해를 토로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8년간 양구 만대지구에서 인북천으로 유입되는 흙탕물 저감 사업에만 7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며 "하지만 저감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흙탕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상황만 더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은수(68) 인제 기린면 미산 2리 이장은 "장마철은 물론 봄철 갈수기 때 소나기만 내려도 홍천 자운지구에서 유입되는 흙탕물이 내린천을 뒤덮는다"며 "배추, 무 감자 등 단년생 작물 위주로 재배되는 홍천 자운지구의 농업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흙탕물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30년간 이어진 흙탕물 원인은 양구 해안에서 내려온 흙탕물(위쪽)과 북한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아래쪽)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인제군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흙탕물 발생 원인…무, 배추, 인삼 등 고랭지 재배지

인제군의 대표 하천인 인북천과 내린천이 30년간 지속한 흙탕물 유입으로 시름하고 있다.

이들 하천은 1980년대 중반까지 하천 바닥에 자갈과 수초가 많아 맑은 물이 흘러 '물 반 고기 반'이었다.

1990년대부터 양구 해안 만대지구와 홍천 내면 자운지구에서 흙탕물 유입으로 인한 토사의 퇴적으로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는 등 하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상류 고랭지 작물 경작지의 규모가 기업형으로 커지고 기계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북천 유역 양구 해안면 만대지구의 경작지는 3천404곳에 1천680㏊이고, 내린천 유역 자운지구의 경작지는 3천748곳에 1천142㏊에 달한다.

대부분 인삼, 감자, 무, 배추 등 고랭지 작물을 재배한다. 이들 경작지의 경사도는 10∼20도로 가파르다.

여기다 단년생 작물 재배로 매년 밭을 갈아엎거나 다른 흙을 뒤섞는 일명 객토나 복토가 이뤄지면서 강우 시 토사 유실량이 크게 늘었다.

결국 시뻘건 맨땅의 토양이 빗물에 씻기면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급격한 경사지를 따라 하류로 흘러든다.

결국 비만 오면 붉은색의 흙탕물로 뒤덮이는 인북천과 내린천은 물고기 서식처가 사라지는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직면하고 있다.

하천 살리기 포럼 [인제군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18년간 1천20억원 투입·저감 효율 10% 미만…"밑 빠진 독에 물 붓기"

2001년부터 2018년까지 18년간 만대지구와 자운지구 등 소양강 상류에 투자된 흙탕물 저감 시설 설치 사업비는 1천2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흙탕물 저감의 가시적 효과는 매우 미흡하고 흙탕물 유입으로 인한 피해는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만대지구의 경우 7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이나 저감 효율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강원연구원 김문숙 박사는 "그동안 저감 사업은 완충 식생, 사면 보호, 우회수로, 대형 침사지, 유속 저감, 옹벽, 돌망태였다"며 "그러나 저감시설 기능 유지와 관리 체계 미흡, 농업 기계화에 따른 밭뙈기 면적의 대형화 등으로 저감 사업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수환경관리연구소 장창원 박사는 "농산물 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객토, 손·망실된 저감시설 보수의 어려움 등으로 자운지구 흙탕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년간 이어진 흙탕물 원인은 인제 북천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오른쪽)과 인북천에서 내려오는 흙탕물(왼쪽)이 만나 흘러가는 인제 원통리 인북천의 모습.[인제군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근본 대책 없이는 또 혈세 낭비…펀치볼 지방 정원 조성"

이날 포럼에서는 상류 고랭지 재배지의 경우 경사도가 높고 넓은 면적으로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만으로는 흙탕물 발생 저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무소유(무주지) 경작지가 많아 흙탕물 저감 사업 추진이나 비점오염원 관리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그간의 저감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의 전환 없이는 막대한 혈세 낭비는 불 보듯 하며 결국 '도로 흙탕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김문숙 박사는 "만대지구의 경우 480개 경작지 483.4㎢에 달하는 무주지 경작권 중 일부를 매입해 친환경 농부의 화원이나 평화의 정원, 숲의 정원 등 펀치볼 지방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창원 박사도 "해외 사례를 들면서 자운지구 경작자 전체의 동의 후 대규모 경지정리 사업을 통해 기존 농경지를 계단식으로 평탄화하고, 농경지 수로망과 침사지를 설치해야 한다"며 "정비사업으로 축소된 농경지 면적이 10% 이상이면 일부를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양구 해안 만대지구 등 무주지의 국유화 절차를 거쳐 일부를 다시 경작민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무주지 국유화를 통한 흙탕물 저감 대책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어서 한동안 흙탕물 저감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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