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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컵라면을?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남정미 기자 입력 2019.11.16. 03:02 수정 2019.11.18. 10:32
[아무튼, 주말]
신분당선 '컵라면 여성' 논란

①쌀쌀한 출근길. 한 남성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서울 시내버스에 오른다.

②승객으로 붐비는 지하철 안. 한 여성이 출입문에 기대어 뜨거운 컵라면을 먹고 있다.

③고속버스 안. 한 연인이 밀폐된 버스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다음 중 승차 거부를 당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①이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는 뜨거운 커피 등 쏟기 쉬운 음료를 들고 타는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두 경우는 아직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 종종 현실에서 이를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지하철 신분당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내 지하철 객차 안에서 컵라면을 먹는 여성의 모습. 글쓴이는 지난 1일 소셜미디어에 이 사진 을 공개하며“신분당선에 소고기 라면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썼다. /소셜미디어 캡처

지하철에서 컵라면 먹은 여성 논란

지난 1일 소셜 미디어에 공개된 사진 한 장이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발칵 뒤집었다. 한 여성이 지하철 내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진이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신분당선에 소고기 라면 냄새가 장난 아니다"라며 "더 대박은 저거 다 먹고 쇼핑백에서 유부초밥까지 꺼내 먹었다는 것"이라고 썼다. 실제 공개된 사진 속 여성은 지하철 문에 기대어 젓가락으로 컵라면을 먹고 있다. 컵라면을 지하철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음식물을 먹는 사진도 있다. 온라인 게시판에선 '우리나라가 맞나 싶어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해당 컵라면 회사의 의도적인 마케팅이 아니냐' '지하철에 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등의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법적으로 이 여성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국내법에는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철도안전법 47조는 흡연이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나 열차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그러나 취식 행위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열차 운행을 크게 방해하는 행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에선 취식 금지

반면 서울 시내버스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가는 하차 요구를 당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음식물 반입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시 시내버스 안전운행 조례'를 개정했다. 승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음식물에 대해선 버스 기사가 승차를 거부할 수 있고, 하차도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일부 승객이 쏟아지기 쉬운 음료 등을 들고 버스에 타서 주변 승객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다툼도 있었다"며 "가벼운 충격에도 음식이 흐르거나 새는 경우가 대표적인 반입 불가능 품목"이라고 했다. 많은 승객이 서서 가고, 지하철보다 급정거 등이 많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는 냄새 유무나 온도 등에 상관없이 반입이 제한된다. 반면, 차내에서 먹을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운반하기 위해 포장된 음식물이나 음식 재료는 탑승 시 소지할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버스 운전사는 "그간 컵에 담은 떡볶이를 들고 타는 학생들,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타는 직장인이 많았다"며 "시행 초기에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버려야 하느냐'며 반발하는 손님도 있었는데, 요즘엔 주변 승객들이 먼저 '다음 차 타시라'고 나서 준다"고 했다.

멀리 가는 고속버스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 추석을 앞두고 고향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다 주변 승객에게 혼이 났다. 이씨는 "명절의 경우 차가 막혀 휴게소도 들르기 어렵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해 간 것인데, 건너편 승객이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핀잔을 주더라"며 "굉장히 무안했다"고 했다. 실제 '고속버스에서 음식을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은 명절을 앞두고 온라인 게시판에 단골로 올라오는 주제다. 고속버스는 대부분 이동 거리가 멀고, 휴게소에 들리는 시간도 짧아 차 안에서 음식을 먹는 승객이 많다. 법적으로도 음식 섭취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자리마다 창문을 열 수가 없고, 멀미하는 승객도 있다는 점에서 음식 섭취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고속버스 관계자는 "장거리 이동이 많아 음식 먹는 것을 아예 제한할 순 없지만, 최대한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으로 드실 것을 권한다"며 "햄버거, 김밥 등이 냄새가 정말 많이 나 기사님들도 불편을 많이 호소한다"고 했다.

해외는 어떤가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통근 열차 승강장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흑인 남성이 경찰관에 의해 체포됐다. 캘리포니아는 유료 통근 열차 승강장에서 음식물을 먹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 남성은 경찰의 신원 확인 요구에 따르지 않고 욕설을 섞어 항의까지 하면서, 경찰에 체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음식 먹는 것을 법으로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열차 내 취식이 전면 금지며, 홍콩·싱가포르 등에서도 지하철 내에서 음식물을 먹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 한 법률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시민 의식에만 맡겨서 해결이 어렵다면 해외 사례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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