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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앞·기차역 앞 길게 늘어선 택시.."장거리만 타라니?"

이재은 기자 입력 2019.11.16. 10:46 수정 2019.11.16. 16:22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얼마 전 직장인 A씨는 KTX 광주송정역에서 택시를 잡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택시 기사가 A씨에게 "역 앞은 다 장거리만 가는 택시"라며 "상무역, 김대중컨벤션센터 같은 데 가면 욕먹는다"고 말한 것이다. 김대중컨벤션센터는 광주송정역과 택시로 약 20여분 떨어진 곳이기에, A씨는 '얼마나 떨어진 곳을 가야 맘 편히 택시를 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KTX역이나 버스터미널, 공항 등을 옆에 끼고 있어 빠른 장거리 이동이 강점인 도시들이, 오히려 거북이 신세로 전락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역이나 터미널, 공항 등에서 하차해 도시 내로 이동하는 단거리 승객에 거부감을 표하는 일부 택시들 때문이다.

지난 6월 지디넷코리아와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20~50대 1406명에게 물은 결과(표본 오차 ±4.38%, 95% 신뢰수준) '쾌적한 택시 이용을 위해 꼭 개선해야할 점을 딱 하나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승차거부가 28.2%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승차거부 문제가 잦다는 반증이다.

특히 KTX역이나 버스터미널, 공항 등에서 단거리로 이동하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들에 다가가면 대놓고 "장거리 손님 태우려고 오래 기다린 택시이니 다른 택시를 타라"거나 승객을 태우긴 하지만 "장거리 손님 태우려했는데"라며 "원래 이런 거리(단거리)는 안 가주는 데 특별히 가드린다" 등 눈칫밥을 먹어야하는 상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천 고강동에 거주하는 B씨는 "밤에 김포공항에서 내렸는데, 택시 승강장에 부천방향 쪽 택시가 1대도 없어서 당황했다"면서 "부천 방향은 택시비가 적게 나와 다들 꺼려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포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는 이유로 끝내 택시를 잡지 못하고 버스를 타야했다"고 덧붙였다.

충청북도 오송역이나 경상북도 김천(구미)역, 대구광역시 동대구역, 대전광역시 대전역 등에서도 장거리 손님만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의 불만 목소리가 잇따랐다.

대학원생 김모씨(28)는 "동대구역에서 나와 경북대로 가는 택시를 타려하니 '가까운 데 갈거면 멀리 가는 손님 받으려고 오래 기다린 택시에 타지말고, 건너편에서 아무 택시나 잡아타라'고 말했다"면서 "택시를 타려고 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오송역 근처에 사는 이들의 경험도 유사하다.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에 떨어진 휴먼시아 1단지에 거주하는 C씨는 "택시를 탄 뒤 가까운 거리라고 불편한 표정을 드러내 당황한 적이 많다"면서 "그냥 집까지 걸어가거나, 가족에게 데릴러 와달라고 부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거리 손님을 골라태우려는 행위는 승차거부의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에 따르면 △승객이 승차한 후 차량이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이 맞지 않는다며 승객을 하차시키고 출발하는 행위 △승객이 'OO 가나요?' 등으로 행선지를 물어볼 경우 반대방향에서 탑승토록 유도하면서 승차시키지 않는 행위 등은 승차거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납금'을 채우는 등 하루에 달성해야하는 매출 목표가 있는데 현실적 상황은 모른 채 택시기사들을 향해서만 비난을 가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법인택시 기사는 한 택시기사 관련 카페에 "승차거부에 오해가 있다"며 글을 썼다. 그는 "승차거부는 강남역, 종각역, 홍대, 이태원 등에서, 수요가 몰리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만 일어나는데 모든 택시가 승차거부를 한다는 건 선입견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법인 택시 기사들의 경우 월 수입이 200만~25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그럼 당연히 3만~4만원 짜리 승객을 태우고 싶지, 5000~6000원 짜리 승객을 태우고 손님 없는 데를 갔다가 20분 다시 돌아나오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수요가 몰리고 승차거부가 성행하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만이라도 기본요금을 6000원으로 올리고, 인원 할증을 1명당 2000원씩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들을 없애기 위해 지난 8월 택시 사납금제 폐지 및 완전월급제 시행을 골자로 한 관련법이 개정됐다. 이에 2020년 사납금제 완전 폐지, 2021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5년 이내 완전월급제 순차 시행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지자체들은 신고를 독려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북도내 한 시청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최근 승차거부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면서도 "만일 승차거부를 당해 신고하려면 차번호 등을 꼭 기억해야만 시가 이를 확인한 뒤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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