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년 넘게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재판 중.. 유독 긴 재판 이유는

염유섭 입력 2019.11.16. 13:03 수정 2019.11.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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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시 위안부 강제성 판단 내릴 듯
“앞으로 주류 집단에서 ‘올바르다’고 인정한 역사 인식만 따라야 합니다.”

2017년 12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선 진보학자 알려진 김영규 인하대 명예교수(당시 직함 기준) 등 6∼7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군위안부의 자발성이 언급된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유죄 판결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모임’을 발족, 박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모임 명단엔 여러 진보학자들이 속했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언어학 교수는 물론 친한파로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일본 정부 사과를 촉구해 온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국내외 98명의 학자들이 이름을 넣었다. 노엄 촘스키까지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지지 의견을 밝혔지만 대법원은 2년이 다 되도록 박 교수 상고심 선고를 미루고 있다.

◆대법원, 731일째 ‘박유하’ 재판 심리 중…2심선 유죄로 뒤집혀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 상고심이 2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 1·2심도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각각 416일과 250일이 소요됐을 만큼 늦어졌지만, 대법원 심리는 이날까지 731일째 논의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재판 진행 상황과 관련, 공식적으로 “법리와 쟁점에 관한 종합적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2017년 12월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기자회견에서 김영규 인하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박 교수는 2015년 11월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위안부는 매춘’이란 취지의 표현을 써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본지가 확인한 박 교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박 교수가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들을 강제연행한 것은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여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위안부를 하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보는 견해는 사실로는 옳을 수도 있다” 등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성이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담았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엔 출판의 방법으로 학문적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유도 포함된다”며 무죄로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일본군)위안부는 전시에 강제매춘과 성폭력을 겪었다’는 1996년 작성된 유엔 인귄위원회의 ‘전쟁 중 성노예제 문제에 관한 보고서’ 등을 언급하며 “의사에 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에게 왜곡된 사실을 적시해 평가를 크게 훼손시켰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5∼6달만에 결론 난 다른 명예훼손 재판…유독 긴 ‘박유하’ 재판

박 교수 사례와 비슷했던 다른 명예훼손 재판에 대한 대법원 심리 기간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박 교수 재판처럼 장기간 끌고 가지 않았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2014년 9월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란 책을 출판하며 2010년 김현구 고려대 교수가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란 책을 통해 일본이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극우파 시각에 동조했다는 표현을 서술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이 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은 상고심까지 진행됐고, 2017년 5월 대법원은 “학문적 논쟁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끓여 들여선 안 된다”며 이 소장에 대한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의 심리 기간은 168일에 그쳤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쓴 책 ‘제국의 위안부’
다른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재판도 마찬가지다. 2003년 소설가 서현필(57)씨는 1987년 11월 발생한 KAL 858기 폭파사고는 안기부가 벌인 사건이란 취지의 소설을 집필·출판한다. 이에 안기부 직원들은 서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재판은 대법원까지 진행됐고, 2009년 6월 무죄로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책의 출간이 KAL기 폭파사건에 관한 새로운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때 대법원이 사건 접수부터 선고를 내릴 때까지는 157일이 소요됐다. 박 교수 재판에 비해 대법원 심리기간이 5분의 1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대법원, 선고 시 일본군위안부 자발성 여부 최종 판단 내릴 듯

법조계에선 박 교수 재판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상당히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대법원으로서도 신중히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 명예훼손 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주장이 보편적 관점에서 사실인지와 피고인이 해당 의견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인지했음에도 이처럼 주장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군위안부의 자발성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7년 10월 2심 재판부는 박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에 의해 강제동원돼 성적 학대를 당했고,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다”고 판시했다.

지난 1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왼쪽)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결국 대법원도 박 교수에 대한 최종 판결 때 학술의 자유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일본군위안부의 자발성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서울변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일본군위안부 자발성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나올 수 있어 강제징용 판결 때처럼 큰 파장이 될 것”이라며 “판결문에 기재될 유무죄에 대한 이유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에서 임원을 지낸 서초동의 20년차 변호사도 “명예훼손 유무죄를 판단할 때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결국 일본군위안부 자발성이든 강제성이든 대법원이 한쪽으로 판단으로 내려야 해 상당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3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재판 열리는 등 다른 위안부 관련 재판이 예고돼, 더 이상 대법원이 박 교수 재판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루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일본군위안부의 자발성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내려줘야 하급심 재판 과정에서 법관들이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말로 대법원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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