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법적 방어'만 관심 갖는 태도, 진보에 치명적 독"

송윤경 기자 2019. 11. 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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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진중권 동양대 교수|경향신문 자료사진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자신의 발언이 담긴 보도내용의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판의 핵심을 다시 설명했다. 그는 동양대 표창장 논란 등에 대해 유시민 이사장과 대화하면서 그가 사실여부보다는 ‘법적 방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느꼈고, 그런 “현실적” 태도가 “장기적으로는 진보진영에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이제까지 ‘진보’를 지탱해온 서사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언론이 내보낸 ‘조국 아들 감상문의 정경심 ID’ 관련 보도 역시 기존 보도를 보고 “문제의 감상문을 확인해찾아보았더니 당시에 내가 했던 강연과 그 내용이 달랐다는 것”이었다고 바로잡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진 교수는 동아일보의 기사 ‘진중권 “대중, 언론에 환상 요구…유시민에 전화했더니”’를 공유하면서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16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가 공유한 기사는 앞서 14일 서울대에서 있었던 ‘진리 이후(Post-Truth) 시대의 민주주의’ 강연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진 교수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유 이사장의 답변으로 잘못 인용된 대목들을 바로잡았다.

진 교수는 자신과 유 이사장이 대화할 당시,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젊은이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유 작가의 답변은 이른바 ‘세대 담론’의 신빙성과 과학성을 문제 삼는 내용의 것이었고, 강연에서도 그렇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는 진 교수의 질문에 유 이사장이 ‘덮을 수 있데요’라고 답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는 “강연에서 내가 한 발언은 ‘당시 내 눈에 유 작가는 표창장 위조의 사실 여부보다 법적으로 방어가능하냐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었다”면서 “그의 태도가 결국 ‘법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면 윤리적 문제는 덮자’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당시 표창장 위조여부에 대한 그의 인식은 ‘아직 사실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고, 나의 인식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표창장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윤리적 판단을 위해서는 사실여부의 확인이 중요하지만 정치적 행동을 위해서는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한 법적 방어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면서 “그에 대해 강연에서 ‘어쩌면 유시민씨의 판단이 더 현실적인지 모르죠’라고까지 했다”라고 썼다.

진 교수는 “물론 나는 그 ‘현실적’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라면서 “그것은 단기적으로는 유리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진보진영에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사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자녀의 입학에 서민의 자녀들은 사용할 수 없는 부당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오롯이 남을 테니까요”라고 덧붙이고 “그리고 그것은 이제까지 ‘진보’를 지탱해온 서사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또 해당 기사가 유 이사장의 발언으로 전한 “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 역시 자신의 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것은 특정 사안에 대한 언급이라기보다는 강연주제의 요약, 즉 ‘포스트-트루스(진리 이후의) 시대라는 디지털문화의 일반적 경향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작가를 비판하는 것도 좋고, 또 내게도 그를 비판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가 하지도 않은 발언 때문에 비난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또 대다수 언론이 보도한 인문학 강좌 발언도 바로잡았다. 그는 “내가 뭔가 새로운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은 ‘인문학 강좌를 들은 조모군이 사이트에 올린 감상문 후기의 아이디가 58세의 여성으로 드러났다’는 기존의 보도에 대한 코멘트였다”고 설명했다. ‘인문학 강좌를 들은 조모군이 사이트에 올린 감상문 후기의 아이디가 58세의 여성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감상문을 찾아보았더니 자신이 했던 강연과는 내용이 달랐다는 얘기였다면서, “조모군이 실제로 동양대 인문학 강좌에 참여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수료증과 상장을 받은 것은 사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며칠새 잇따라 나온 ‘정의당 탈당 보도’에 대해서도 “탈당 철회한지 오래 전 의 일인데, 새로 탈당한 것처럼 보도했다”면서 “기사가 사실반 허구반”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지난 9월 정의당에 탈당 의사를 밝혔다가 지도부의 만류로 철회했지만 이 시기에도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9월30일)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제가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이 되니까 사실 윤리적으로 패닉 상태“라고 토로했다.

진 교수는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잠시 후 “이번 사태에서 뭔가를 배우지 못한다면 정말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남겼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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