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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놀러오세요"..백화점이 살아났다

문희철 입력 2019.11.18. 05:00 수정 2019.11.18. 06:51
롯데·신세계 3분기 영업익 급증
영화관·서점 넣고 쥬라기전 열고
명품 매장 늘린 차별화 전략 성공
싼값 승부 대형마트 영업익 추락
이커머스와 전쟁 희비 엇갈려


[뉴스분석] ‘집객전략’이 가른 유통가 명암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 [연합뉴스]

유통업계 ‘빅2’ 롯데그룹·신세계그룹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 실적이 극명히 엇갈렸다. 대형마트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롯데·신세계 모두 백화점 사업은 이익률을 회복했다.

13일부터 잇따라 발표한 유통가 잠정실적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올 3분기 영업이익(66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2% 증가했다. 인천터미널점을 철수하면서 전체 매출(3851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10.9% 가량 감소했데도, 영업이익은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인천터미널점 실적을 빼고 보면 사실 매장별 매출도 4.6%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도 3분기 영업이익(1041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했던 인천터미널점을 인수해 롯데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 5월 출점한 효과가 반영됐다.


이익률, 롯데百 17%·신세계百 12% ↑

백화점 실적은 기대 이상으로 반등했지만, 대형마트 실적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최근 유통가의 침체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국내 양대 백화점 영업이익이 1년 만에 두 자릿수(12~16%)나 좋아진 건 예상 밖의 선전이다. 백화점 업계에선 이를 두고 “집객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한다.

백화점 집객 전략이란 당장 매장에서 파는 제품을 소비자가 구입하도록 유도하기보다, 제품이 안 팔려도 좋으니 일단 백화점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자는 전략이다. 이커머스(e-commerce)가 확산하면서 매출이 정체한 백화점업계가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일단 소비자를 매장 내에 붙들어 둬야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다.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내부 서점에 시민들이 몰려 독서를 하고 있다. 부산 = 송봉근 기자

그간 백화점이 갤러리·미술관·테마파크 등 당장 수익성과 무관한 사업장에 알짜 공간을 내준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신세계백화점 부산센텀시티점은 영화관(씨네드쉐프)·서점(반디앤루니스)·어린이 직업체험공간(키자니아) 등 '체험 공간'이 전체 백화점 매장의 30%를 차지한다. 덕분에 이 백화점 방문객의 1인당 평균 체류 시간은 5시간이다. 신세계백화점 다른 지점(2.7시간)보다 이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은 매장에 평균 85%가량 더 오래 머무른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본점 에비뉴엘 9층 야외 테라스를 개방하며 힐링·여가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개별 점포마다 소비자가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백화점 체류 시간을 늘리자는 ‘1점포 1명소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은 2층 매장 한가운데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제작한 전시회(쥬라기월드 특별전)를 유치한 이후 두 달 만에 10만 명이 몰려 들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두 달 간 김포공항점을 처음 방문한 신규 고객 유입률은 67.7%로 다른 점포 대비 25%포인트 높았다. 백화점 측은 신규 고객 유입률이 높을 수록 물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신세계백화점 편집숍 시코르 코엑스점에 몰린 인파. [사진 신세계백화점]


“시장변화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

서울 관악구 롯데백화점 행사장에서 쇼핑을 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이커머스와의 생존 경쟁에 몰린 백화점이 꺼낸 또다른 카드는 명품이다. 이커머스도 가끔 명품 이월 상품을 내놓지만, 주요 명품 브랜드의 최신 상품은 백화점에 먼저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등의 점포 1층에 명품을 전진 배치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남성명품관·명품편집숍을 강화하면서 명품 부문 비중을 확대했다. 덕분에 신세계의 3분기 명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늘었다.

롯데백화점이 15일 강남점에 문을 연 고급 생활용품 편집숍(더콘란샵)도 일종의 매장 차별화 전략이다. 수천만 원대 쇼파·테이블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몰리는 ‘집객효과’를 노리고 있다.

더콘란샵 개막 행사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지주]

그간 백화점이 명품 매장을 강화하면 이익률은 감소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명품 브랜드 매장의 백화점 수수료율은 다른 매장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하지만 명품의 집객효과에 백화점들이 주목하면서 명품매장 확대에 탄력이 붙는 추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당장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이벤트나 명품 등을 매개로 소비자를 백화점으로 끌어 오려는 백화점 전략이 최근 소비 양극화라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실적 반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 핵심가치 재고하라”

한산한 대형마트 앞에 놓인 카트. [연합뉴스]

반면,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백화점과 정반대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299억원)를 기록했던 이마트는 3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1162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0.3% 줄었다. 롯데마트 영업이익(120억원) 역시 지난해 3분기보다 61.5% 줄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빠지는 상황은 백화점과 같지만 대응 전략이 희비를 갈랐다. 백화점이 매장 차별화로 이커머스와 거리를 뒀다면, 대형마트는 이커머스보다 더 싸게 파는 ‘초저가 전략’으로 맞섰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3분기 실적은 지난해 3분기 대비 급감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일단 지금까지는 가격만으로는 이커머스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일부 초저가 제품만 내세우다보니 소비자는 저렴한 제품만 선택적으로 구입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 대형마트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인건비·임대료 지출을 고려한 판매·유통 구조상 대형마트가 가격으로 이커머스와 정면승부하기는 어렵다"며 “초저가전략 보다는 대형마트가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차별적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재고하고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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