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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막으려다 VOCs 폭탄..'나쁨' 때도 꼭 환기해야

박해리 입력 2019.11.18. 06:02 수정 2019.11.18. 08:40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집안의 환기를 해야 할까? 집 안에서 삼겹살을 굽거나 요리를 하면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올까? 일상 생활의 미세먼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취재팀이 직접 실험을 진행했다. 왕준열 기자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냅니다. 과연 아파트는 미세먼지로부터 우리들을 얼마나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먼지 모르지? 궁금하면 '아파트랩'>은 아파트 미세먼지의 모든 것을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환기를 시키고 싶은데 밖에 미세먼지가 많아 꺼려지네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창문을 열어놓아도 될까요?(오**)
미세먼지가 많은 날 문을 닫아놓고 계속 공기청정기를 틀어야 할지, 아니면 조금씩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은지 알고 싶어요(안**)
요즘은 가정마다 한 대씩 공기청정기를 장만하고 있는데 실내에서 얼마나 미세먼지 피해를 줄일 수 있나요?(ha*)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먼지알지’에 많은 사용자가 공기청정기와 환기의 연관 효과 등에 관한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창문을 닫아야 할지, 환기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취재팀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4명 가족이 거주하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전용 면적 164㎡)를 실험 장소로 정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10월 마지막 주말과 미세먼지가 보통이었던 11월 둘째 주말을 선택해 8일간(10월 31~11월 4일, 11월 8~10일) 실험했습니다. 거실 바닥에서 약 50㎝ 높이로 케이웨더 ‘에어 가드 K’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1분 단위로 오염도를 측정했습니다. 측정 항목은 기온과 습도,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탄소(CO₂),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입니다.

※실험 내용은 영상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삼겹살 구울 때 미세먼지 244㎍까지 치솟아
지난달 31일 주방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자 실내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 22㎍(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에서 167㎍, 초미세먼지(PM2.5) 92㎍으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7배가 늘어났다. 측정기는 주방에서 5m쯤 떨어진 거실에서 측정했는데도 영향이 뚜렷했다. 조리 후 환기를 시키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난 후 2시간이 지나서야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10일 저녁 삼겹살을 굽자 실내 미세먼지 농도(PM10)가 2㎍에서 244㎍으로 올라갔다. PM2.5는 101㎍까지 올랐다. 주방 후드를 켜지 않고 환기도 하지 않은 상태라 농도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후드를 켜고 주방 창문을 여니 농도는 다소 낮아졌다. 계속 고기를 굽는 상황에서도 PM2.5 농도가 55㎍으로 감소했다.

하루 중 아파트 실내 미세먼지 농도의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장시간 환기 안 하면? VOCs 1099㎍
장시간 환기하지 않았을 때 미세먼지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VOCs나 CO₂는 갈수록 상승했다. 지난 3일 공기청정기를 계속 가동하자 실내 미세먼지는 한 자릿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VOCs는 오후 6시 1099㎍으로 ‘약간 나쁨(701~1500㎍/㎥)’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31일 자정 무렵 VOCs는 ‘나쁨’ 범주인 1603㎍까지 상승했다.

사람이 내쉬는 숨으로 증가하는 CO₂는 TV를 보는 등 거실에 사람들이 많이 활동할 때 증가했다가 심야나 이른 새벽에는 감소했다. 지난 2일 오후 9시 30분 CO₂가 1035ppm, 11월 3일 8시 50분 1093ppm까지 올라갔다. 1000~1500ppm이면 ‘약간 나쁨’ 수준이다. 같은 날 자정즈음에는 621~700ppm 정도로 ‘좋음’과 ‘보통(601~1000ppm)’ 수준을 보였다. 거실에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 동안 실외 공기와 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환기를 시키면 CO₂와 VOCs 수치는 확실히 내려갔다. 11월 3일 오후 17시부터 환기를 했더니 1853㎍이던 VOCs는 988㎍으로, CO₂는 926ppm에서 771ppm으로 줄었다. 11월 4일 오후 4시에도 825ppm이던 CO₂가 40분 환기 후에 501ppm으로 줄었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은 "CO₂는 일의 비능률과 졸음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농도가 높으면 몸에 해롭다"며 " VOCs도 유해물질에 속해 환기를 통해 농도를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방에서 삼겹살을 굽자 실내 미세먼지 농도(PM10)가 2㎍에서 244㎍으로 올라갔다. PM2.5는 101㎍까지 올랐다. 주방 후드를 켜지 않고 환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왕준열 기자


미세먼지 심할 때 환기하면? PM10 167㎍
지난달 31일 오후 7시 도시대기 측정망에서 측정한 경기도 고양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PM10 기준 190㎍, PM2.5는 41㎍이었다. 황사가 심해 PM2.5에 비해 PM10이 매우 높은 날이었다. 당일 오후 7시 30분부터 20분 동안 환기한 결과 24㎍이던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167㎍으로 더 높아졌다. PM10이 150㎍ 이상이면 '매우나쁨' 등급 수준이다. PM2.5 초미세먼지도 13㎍에서 9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CO₂농도는 710ppm에서 536ppm으로, VOCs는 405㎍에서 2㎍으로 낮아졌다.

환기를 마친 후에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환기 직후 각각 167㎍, 92㎍였으나 20분 가동 후에는 각각 54㎍과 34㎍으로 낮아졌다. 오후 11시 공기청정기 가동을 중단할 때는 각각 15㎍과 12㎍까지 낮아졌다.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환기 후에 미세먼지가 같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그때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같은 시간 환기 이후 줄었던 VOCs는 6㎍에서 20분 후 469㎍으로 증가했고 11시에는 1902㎍까지 늘었다. CO₂는 533ppm에서 615ppm으로, 11시에는 775ppm으로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줄이는 데만 효과가 있었다.

미세먼지가 높은 날 환기를 하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간다. 환기를 마친 후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왕준열 기자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 11일 미세먼지와 국민건강 콘퍼런스에서 ‘미세먼지 국민 참여 행동 권고’를 발표했다. 권고 내용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좋거나 보통인 날에는 하루 3번, 한 번에 30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 나쁜 날에도 하루 3번 한 번에 10분씩 짧게 환기할 것을 권유했다. 특히 음식물 조리 후에는 30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신 세계맑은공기연맹 대표(건국대 석좌교수)는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10~30%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CO₂나 VOCs 같은 가스 상태의 물질은 제거할 수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라도 하루에 한두 번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기청정기는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제대로 사용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기청정기도 주어진 환경에서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세먼지의 주요 정책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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