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여성의 90%, 담배 피운 적 없다는데.. 왜?

권대익 입력 2019. 11. 18. 17:02 수정 2019. 11. 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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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학회, 고령화·간접흡연·주방 연기·라돈 탓

여성 폐암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아도 고령화, 주방에서 조리할 때 흡입하는 연기, 간접 흡연 등으로 인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암은 암 발병률 4위, 사망률 1위다. 매년 2만5,000여 환자가 새로 생기고 1만8,000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남성 폐암 환자 가운데 70% 정도가 흡연자일 정도로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그런데 대한폐암학회가 최근 7,000여명 여성 폐암 환자(2014년 기준) 가운데 환자 10%인 700여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 여성 폐암 환자의 87.5%는 담배를 한 번도 피운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여성 폐암 환자도 점점 늘어나 2013년 7,000명을 넘어섰고 2015년 7,339명, 2016년 7,990명이었다.(통계청)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여성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고령화, 간접 흡연, 조리 중 주방에서 흡입하는 연기, 라돈,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으로 학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볶기·구이 등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되는 요리를 할 땐 뚜껑을 덮고 요리가 끝난 뒤에도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30㎝ 정도 열어서 최소 15분 이상 자연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여성 폐암은 대부분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 세포 형태와 발생 부위가 다르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반면 여성 폐암은 폐의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다. 이는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 간접 흡연과 관계가 깊다. 선암은 비소(非小)세포폐암에 속하는데,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므로 조기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김영태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세계적으로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환자의 대부분이 담배를 오래 피운 남성이지만 최근 전혀 흡연하지 않은 여성 폐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흉부외과 의사로 실제로 제가 수술하는 폐암환자의 30~40%가 비흡연 여성환자”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미국, 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엄중섭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부산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 비해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진단 당시 건강상태가 좋고, 폐 기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폐암 초기인 1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완치 목적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엄 연구위원은 “진행된 폐암에서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표적치료제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많아 비흡연 여성이 흡연 여성보다 예후가 훨씬 좋아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규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여성 폐암이 남성 폐암보다 생존률이 더 좋았고, 여성 폐암에서도 흡연력에 따라 사망 위험도가 차이가 나므로 남녀 모두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승준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장(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 흡연율은 2017년 기준 6.0% 정도로 매우 낮고, 만 19세 이상 비흡연 여성의 가정 실내 간접 흡연 노출률이 꾸준히 감소함에도 불구하고(2005년 24.1%, 2017년 6.3%) 여성 폐암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고령화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한편 폐암 진단이 지난 7월부터 국가암검진에 포함됐다. 현재 절대 위험군인 만 54~74세의 30갑년(하루평균 담배소비량(갑)×흡연기간(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만 해당된다. 이계영 전 폐암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이런 방식으로는 비흡연자가 많은 여성 폐암 조기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여성은 50세 전후 첫 검진을 받고 5년마다 혹은 위험인자가 있으면 3년에 1회 정도 선별 조기 검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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