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 "성경·논어·불경 말씀은 서로 배려하라는 것..종교 연관 인문·과학 공부로 정신 풍요 얻어"

도재기 선임기자 입력 2019. 11. 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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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종교발전포럼’ 10년 이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ㆍ가족들의 다양한 신앙활동 ‘종교 공부’ 자극 받아 인문학 세계로
ㆍ직접 강연자 섭외…21일 100회 포럼 주제는 ‘인간 유전체와 종교’

한국종교발전포럼을 이끌고 있는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모든 종교는 자신이 행복하려면 주변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저마다 뿌리가 다른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 간 이해와 협력은 종교는 물론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고 갈등을 줄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종교를 초월한 단체나 모임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종교발전포럼은 종교와 종교를 둘러싼 여러 궁금증을 공부함으로써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독보적인 ‘공부 모임’이다. 국내 주요 종교의 성직자와 신앙인들, 종교에 관심이 있는 각계각층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자유토론을 벌인다.

올해로 한국종교발전포럼이 창립된 지 10주년이다. 21일 열리는 포럼이 100회째다. 지난 10년 동안 포럼은 보통 매월 셋째주 목요일 오전 6시30분부터 조찬을 겸해 2시간 정도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삼성암연구동(서울 혜화동)에서 진행돼왔다. 포럼 때마다 50~60여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종교발전포럼이 특이하게도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리는 이유가 있다. 한국종교발전포럼을 세운 이가 다름 아닌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71)다. 평생을 암 연구에 몰두한 박 교수는 서울대 암연구소장·국립암센터 초대 원장 등을 지내며 금연운동을 주도하고, 국가 암검진 사업의 토대를 마련한 암 전문가다.

한국종교발전포럼 10주년과 100회째 포럼을 맞아 박재갑 교수를 암연구소에서 만났다.

“벌써 10년, 100회의 포럼이라니 보람도 있고 뿌듯합니다. 21일 100회 포럼은 ‘인간 유전체와 종교’라는 주제로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가 강의를 합니다. 그동안 ‘과학과 종교’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소주제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여러 종교와 연관된 인문학적·자연과학적 공부가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죠. 모두의 호응이 높아 고마운 일입니다.”

박 교수는 강의 주제나 강연자 섭외를 직접하고 있다. 허투루 하지 않는다. “강의 주제는 적어도 1~2년 전 정해지죠. 강연자는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전문가를 모십니다. 주제가 미리 정해지니 강연자도 제대로 된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암 전문가인 박 교수가 종교발전포럼을 세우고 이끄는 이유가 궁금하다. 박 교수는 인문학에 대한 열정, 가족들의 다양한 신앙생활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의대 교수로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인문학적으로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서정돈 성균관대 전 총장이 유학대학원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이나 배움에 상관없이 공부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저도 유학대학원에 진학해 인문학의 넓고 깊은 세계를 만났습니다. 인간에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안기는 종교를 새삼 들여다보게도 됐고요.” 박 교수는 “성장할 당시 가족 구성원들의 다른 종교도 종교포럼을 여는 데 영향을 끼쳤다”며 “부모님, 형, 아내마저 서로 다른 신앙생활을 했다. 가족 내 복잡한 종교가 종교에 관한 공부를 자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종교포럼을 주관해 오면서 박 교수는 모든 종교가 품고 있는 ‘황금률’, 인간의 영원한 욕망인 행복의 비결도 깨달았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는 성경,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는 논어,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라’(自利利他·자리이타)는 불경 말씀은 결국 모두를 배려하라는 겁니다. 자신이 행복하려면 내 주변의 상대방을, 자연의 생물·무생물까지도 행복하게 하면 됩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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