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일본과 '소부장' 교역은 계속돼야 한다

장정훈 2019. 11. 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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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훈 산업 2팀 차장
-20.6%. 지난해 대비 올해 10월 말까지 대일본 무역 수지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는 10월 말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206억 달러였지만 올해는 163억 달러로 감소했다. 연말까지 이 추세면 대일(對日) 무역 적자가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밑돌게 된다. 대일 무역 적자가 줄어든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반도체용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소부장의 ‘탈(脫)일본’이 성공하면 대일 무역 역조 흐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기대에 차 있다.

대일 무역 역조 해소야 반갑지만 문제는 가치사슬로 엮인 한·중·일의 경제구조가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지난 50년간 쌓여온 우리의 산업 구조를 싹 바꾸지 못하고 대일 무역 적자만 줄이자고 달려들었다간 되레 역효과만 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서 소부장을 사다가, 이를 가공·조립해 중간재로 만들어, 중국에 내다 파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 해 일본에는 24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보고, 중국에서는 그 두 배가 넘는 557억 달러의 흑자를 본다(2018년 기준).

일본에서 들여오는 수입액이 줄면 그만큼 수출도 준다. 일본산 소부장에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5G(5세대 통신) 장비용이 다 포함돼 있다. 일례로 웨이퍼나 5G용 안테나를 안 들여오면 반도체나 5G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노트북을 열며 11/20
또 정부의 무역 수지 통계 역시 속내를 깊이 들여다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다. 당장 반도체업계는 포토레지스트나 불산 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일본 대신 중국·대만·벨기에에서 들여온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현장에선 중국·대만·벨기에산으로 둔갑한 소부장 뒤에는 일본 업체가 숨어있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일본 업체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위험 회피 차원에서 공장을 해외로 대거 분산했다. 그 덕을 지금 국내 반도체 업계가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일 무역 역조 해소에만 매몰돼 국산화에만 매달리는 건 반쪽짜리다. 정부의 국산화 우선 목표는 소부장 100개다. 2024년까지 매년 2조원씩 투자한다. 소부장의 국산화는 강력히 추진하되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나 스마트폰, 5G 장비, 기계류의 가공·조립을 더 잘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소부장을 국산화할 수는 없다. 대일 무역 적자 해소나 소부장 국산화에 시간을 빼앗겨 우리가 잘하던 것마저 놓치게 된 후의 상황은 끔찍하다. 더구나 우리가 내세우는 가공·조립 기술이 지금은 중국에 턱밑까지 쫓기고 있다.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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