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랑하는 '거시경제 안정성'.. 알고 보니 칠레 등 33개국 공동 1위

최규민 기자 입력 2019. 11. 20. 04:02 수정 2019. 11.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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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의 절반을 지난 문재인 정부가 최고 치적(治績)으로 내세우는 '거시경제 안정성' 1위에 오른 나라가 무려 33국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펴낸 '한눈에 보는 문재인 정부 2년 반 성과' 홍보물에서 "우리 경제 튼튼합니다"라며 '거시경제 안정성 세계 1위'를 첫머리에 올렸다.

친정부 성향 인사들도 각종 매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도 야당과 언론은 이런 사실은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거시경제 안정성 1위'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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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삼은 WEF 보고서 살펴보니
정부 경쟁력 평가 항목은 처참.. 정책 안정성 76위, 장기 비전 39위

임기의 절반을 지난 문재인 정부가 최고 치적(治績)으로 내세우는 '거시경제 안정성' 1위에 오른 나라가 무려 33국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의미 없는 순위를 정부가 과대 포장해 경제 실정(失政)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거시경제 안정성 1위'의 근거로 삼은 보고서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재단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다.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이 보고서에서 WEF는 한국의 거시경제 안정성을 1위, 종합적 국가 경쟁력을 13위로 평가했다. 그런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함께 '거시경제 안정성'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무려 33국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보츠와나, 칠레, 페루 같은 개발도상국도 무더기로 1위에 올랐다.

1위 국가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이 항목을 평가하는 방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WEF는 '물가 상승률'과 '국가 채무' 두 세부 항목으로 평가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만점을 매겼다. 물가 상승률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나라가 가봉·세네갈·차드 등 88국, 국가 채무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보츠와나·칠레·에스토니아 등 34국이나 됐다. 당연히 한국도 두 세부 항목에서 공동 1위에 들었다. 결국 한국을 포함해 물가 상승률과 국가 채무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나라들은 모두 '거시경제 안정성 1위'로 평가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대단한 업적인 양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펴낸 '한눈에 보는 문재인 정부 2년 반 성과' 홍보물에서 "우리 경제 튼튼합니다"라며 '거시경제 안정성 세계 1위'를 첫머리에 올렸다. 친정부 성향 인사들도 각종 매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도 야당과 언론은 이런 사실은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거시경제 안정성 1위'를 꼽고 있다.

그러나 WEF 보고서를 뜯어보면, 정부 경쟁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한국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WEF 보고서에는 각국 정부의 능력을 직접 평가하는 항목이 세 개 있는데, 이 중 '정부의 정책 안정성 확보 능력'에서 우리나라는 76위로 세네갈, 케냐, 카메룬보다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의 변화 적응력'은 36위로 르완다, 세이셸, 감비아보다 뒤처졌고, '정부의 장기 비전'은 39위로 르완다나 나미비아 아래였다. 이 외에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87위), '사법부 독립성'(69위) 등도 웬만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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