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혐오'.."처벌" "표현의 자유" 사회적 기준 논의할 때

유병돈 입력 2019. 11.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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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우리 사회는 '혐오' 표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법 발의가 진행 중이고,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이라는 차이를 구분할 기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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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키우는 사회]하.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 그 모호한 경계선
플랫폼 사업자 책임강화법안
대법,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
표현의 자유 폭넓게 보장해야
혐오의 악순환 예방 의견도
"정책·해결방안 토론 필요"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최근 젊은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우리 사회는 '혐오' 표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법 발의가 진행 중이고,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이라는 차이를 구분할 기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혐오표현 리포트'에서 혐오 표현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을 하거나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돼 있다. 혐오는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나 감정으로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등 각종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표현이라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여성, 특정 지역 출신, 외국인 등 특정집단을 향한 혐오와 모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수준이다. 깊게 굳은 살이 박힌 혐오와 모욕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당한 피해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개인의 도덕과 윤리의식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혐오성 악성댓글을 플랫폼 사업자가 자동삭제하거나 해당 IP를 차단 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준실명제'보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한 이 법안의 실효성이 더 높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나 준실명제 모두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양형기준을 의결하면서 형량을 가중할 수 있는 특별 양형인자 중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에 '피해자에 대한 보복ㆍ원한이나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를 포함시켰다. 혐오ㆍ증오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경우 가중처벌이 가능해진 셈이다.

그러나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혐오 표현에 대해 이들의 견해를 마냥 억누르기보다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 자칫 혐오 표현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혐오 표현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최근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김 전 지사는 "동성애는 담배보다 유해하다", "동성애로 에이즈가 늘어난다"고 말하는가 하면, 세월호 유가족의 투쟁을 두고 "죽음의 굿판", "죽음의 관광"이라고 표현하는 등 혐오성 짙은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다만 인권위는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상에 만연한 혐오, 차별 표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혐오 표현은 인종, 성별, 국가 등 여러 가지 속성에 기반한 차별과 배제의 표현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혐오 표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 자체가 부족했다"면서 "혐오성 표현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를 포함해 해결방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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