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능 3등급 의사 불안해"..수험생 분노한 진짜 이유

한민선 기자 2019. 11. 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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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3급으로 연대 의대, '올해 최고 수혜자'.."특별한 사례 아냐"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내 고사장에 입실한 한 수험생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2019. 11.14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평균 3등급의 성적을 받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본 '수험생들의 분노'는 공정성 및 최저등급 폐지 논란으로 번졌다. "3등급에게는 수술 안 받겠다"는 비아냥도 등장했다.

논란의 시작은 수험생인 A군이 지난 16일 한 수험생 입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A군은 '진짜 내가 올해 최고 수혜자 아닐까'란 제목의 글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면접형에 지원해 연세대 의과대학 의예과에 진학하게 됐다고 밝혔다.

A군이 스스로 밝힌 그의 수능성적은 원점수 기준으로 국어 77점, 수학 가형 80점, 영어 83점, 한국사 23점, 화학Ⅰ 40점, 지구과학Ⅰ 39점. 다수의 입시업체가 제시한 등급 기준에 따르면, 전체 평균 3등급에 해당한다.

◇공정성 논란?…"내신 1.05는 정말 열심히 살았던 사람"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수험생들의 가장 큰 분노는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수능 3등급이 어떻게 연세대 의대에 합격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A군은 '수능'으로 대학을 간 것이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A군은 댓글을 통해 "내신 1.05를 맞췄다"고 해명했다. '내신 1.05'는 고등학생 시절 대부분 모든 과목에서 상위 4%의 성적을 거뒀다는 뜻이다.

A군이 합격한 학생부종합전형(면접형)은 교과점수를 반영하는데, 이 교과점수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의 표준점수와 등급점수을 이용해 계산된다. 예를 들어 1등급에 100점을, 2등급에 95점을 주는 식이다. 평균 1.05등급인 A군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학업역량, 전공적합성을 평가하는 서류 평가와 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일반 면접 과정에서도 A군은 좋은 성적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A군은 고등학교 재학 3년 내내 철저하게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했다. 그는 "학생부도 40장 정도 됐다"며 "학생부에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담은 게 플러스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내신 1.05라는건 수능을 잘봤던 못봤던 간에 정말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라며 "성실하게 3년동안 의대 학종 준비하면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에게 왜 돌은 던지냐"고 반박했다.

◇"수능 3등급, 진료 가능한가요?"…의사에게 물어보니
/사진=이미지투데이

수험생들의 분노는 연세대의 '수능 최저등급 폐지'로도 향한다. A군이 결국 연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세대가 수능 점수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학이 높은 학습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의대생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 의예과(2년)와 의학과(4년)를 거쳐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인턴(1년) 이후, 레지던트(4년)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들을 소화해 내지 못하면 의사가 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수시로 온 학생이 수능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보다 학점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김병욱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3~2017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전형별 평균 학점에 따르면, 학종 입학생의 평균 학점이 정시 입학생보다 0.17~0.44점(4.3점 만점) 높았다. 특히 의학 계열에서는 학종 입학생 학점이 평균 0.17점 더 높았다.

현직 의사나 의학 계열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직 의사인 B씨는 "입학 과정에서 정당하게 들어왔으면 문제는 없다"면서도 "A군이 실제로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면 대학을 와서 스스로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 수능 1등급과 3등급은 다르다. 예를 들어 정시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은 '천재' 수준 학생들이 교수를 희망한다. 이런 식으로 능력에 따라 의사로서 각자 갈 길을 가게 된다"며 "결국 의대에서 수많은 시험을 거치면서 버티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밝혔다.

치과대학생인 C씨도 "내신이 1등급 언저리면 어느정도 공부는 할 줄 아는 학생인 것 같아 좀 힘들겠지만 따라갈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A군 특별한 사례 아냐"…교육부 이달 말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내 고사장에 입실한 한 수험생이 지급받은 샤프를 확인하고 있다. 2019. 11.14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결국 철저하게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했던 A군은 탄탄한 '수시 전략'으로 '최고 수혜자'가 됐다. A군이 합격 인증샷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등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부분이 있지만, '전략'에 따라 대학의 합격·불합격이 결정되는 지금의 입시 체제가 유지되는 한 비슷한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수험생들은 "A군의 사례가 특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수시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자신이 받은 수능 성적에 비해 더 좋은 대학을 가는 학생들은 무수히 많다.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올해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서모씨(19)는 "주위를 둘러보면, A씨의 사례가 특별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신이 좋은 친구들은 대부분 내신에 비해 수능이 약했다"며 "일부러 최저등급이 없는 전형을 택했는데, 그것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결국 '대입 공정성'을 외치는 목소리로 귀결된다. 이에 교육부가 이달 말 발표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 방안에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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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구단비 인턴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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