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향신문

미 국방장관 "부자 나라 한국, 더 내야"..주한미군 카드도 꺼내나

정환보 기자 입력 2019.11.20. 14:23 수정 2019.11.20. 14: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필리핀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9일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9일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는 “예측하지 않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주한미군 문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을 방문 중인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한·미 방위비 분담 관련 질문을 받고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또 기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상에 대해서는 (방위비 협상을 맡고 있는) 국무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므로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고 공개 압박한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이날 회견에서 ‘(분담금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는 지난 15일 방한 당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재확인했다는 한·미 공동성명과는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다. 에스퍼 장관도 지난 13일 방한길에 오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군대 감축 등 군사적 조정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감축 여부에 대한 명시적 표명 없이 주한미군과 관련한 언급 만으로도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언론 보도 이후 미 국방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기자회견 원문을 보면 에스퍼 장관은 “SMA(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에 관해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된다.

전후 맥락만 보면 에스퍼 장관이 “할지, 하지 않을지 모를 것”이라고 한 대상이 주한미군 감축인지, 방위비 분담금인지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80분 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의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것만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