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인간 나이' 공식으로 풀었더니..인간보다 급격히 나이 먹고 느리게 늙는다

2019. 11. 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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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이 강아지는 사람 나이로 도대체 몇 살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는 반려견의 나이는 개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는 믿음에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껏 개의 나이에 숫자 7을 곱하면 인간의 나이가 된다는 공식이 공공연하게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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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나이×7' 공공연한 공식 깨고
'16×ln(개 나이)+31=인간 나이'
리트리버 1살=31세, 2살=42세..
美 UCSD연구팀 새 계산법 발표
인간·개의 'DNA메틸화' 데이터로
노화특징 밝혀 생물학적 나이 추정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이 강아지는 사람 나이로 도대체 몇 살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는 반려견의 나이는 개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는 믿음에 있다. 예컨대 반려견의 열 살이 인간의 열 살과 같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지금껏 개의 나이에 숫자 7을 곱하면 인간의 나이가 된다는 공식이 공공연하게 사용됐다. 그러나 이는 과거 통계에서 비롯된 정보로 더 이상 옳지 않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트레이 아이드커 교수 연구팀은 “개의 나이를 사람 나이로 변환하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고 지난 18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했다.

▶닮지 않은 듯 닮은…인간과 개의 ‘노화’ = 연구팀이 고안한 새로운 공식의 비밀은 DNA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DNA를 둘러싼 단백질 등의 변화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인간과 개를 비롯해 쥐, 침팬지, 늑대 등이 모두 나이를 먹으면 DNA 일부나 DNA를 둘러싼 단백질 등이 화학적으로 바뀌게 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의 염기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행동이 DNA 염기서열 ‘외의’ 정보를 바꾸고 이는 곧 유전에 관여하게 된다. 이를 ‘DNA 메틸화’(DNA의 개별 염기에 메틸기가 달리는 현상)라고 한다.

연구팀은 바로 이 DNA 메틸화에 주목했다. 320명의 인간(1~103세)과 104마리의 개(4주~16년)의 메틸화 데이터를 비교해 인간과 개의 생물학적 나이를 분석한 것이다. 다만 개의 수명은 신체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시각 장애인의 안내견이나 재난 구조견으로 활약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133마리의 생쥐의 혈액 표본에서 나온 메틸화 데이터도 참고했다.

그런데 연구 결과 놀랍게도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인간 사이에는 노화 시기와 관련된 유사한 특징이 나타났다. 인간과 개는 서로 다른 두 종이지만 노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DNA 메틸화는 비슷했다는 의미다.

특히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인간의 상대적인 나이가 비슷할 때 이 둘의 유사성이 더 강하게 드러났다. 강아지는 젊은 사람, 노견은 노인과 서로 비교할 때 가장 비슷했다.

아울러 흥미로운 사실은 개의 크기에 따른 수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개는 비슷한 발달 궤적을 보인다는 점이다. 개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른데,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같은 대형견은 수명이 10~14년이다. 반면 치와와 같은 소형견은 수명이 17~18년이다. 그러나 모든 개는 10개월 전후에 사춘기에 이르고 인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적 성숙에 도달하며 생후 20년 이전에 죽는다.

▶개 나이에 더는 7을 곱하지 마세요 = 이러한 연관성으로 인해 연구진은 개의 인간 나이를 인간 나이로 계산하는 공식을 도출했다. 그 공식은 ‘인간 나이= 16 ln(개 나이) + 31’다. 다시 말해 개 나이의 자연로그 값에 16을 곱한 다음 31을 더하면 된다.

공식에 적용해 계산하면,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나이가 7주라면 이 개의 사람 나이는 9개월이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나이가 1살이면 사람 나이는 31세로 청년이고,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나이가 2살이면 사람 나이는 42세로 중년이다. 4살짜리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사람 나이는 53세로 장년이고, 9살짜리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사람 나이는 66세로 노년이다.

이와 같은 연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우리의 행동이 우리 세포 안의 유전 정보에 영향을 끼친다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후천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를 지배한다는 시각이다.

‘반려견 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메트 캐버레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 연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개와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서 유사한 분자 단위의 변화를 겪는다는 아름다운 증거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특정 개가 어린 나이에 질병을 앓거나 일찍 죽는 이유를 알아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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