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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이요? 그냥 사 먹으면 안 되나요" 20·30 며느리 '김장 갈등'

한승곤 입력 2019.11.21. 11:16 수정 2019.11.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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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맞아 세대별 '김장 갈등'
20대 기혼자 김장 문제로 갈등 많아
포장김치 판매율 꾸준한 증가세
일부서 '김장'은 김장 이상의 의미 '가족애' 반론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결혼 3년 차 30대 며느리 A 씨는 올해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 A 씨는 김치를 담그는 대신 '김장김치'를 주문할 생각이다. A 씨 친구들은 "그러다 시어머니에게 찍힌다"며 생각을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A 씨는 김치 만들기 노동 등 온갖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우려해 그대로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담근다'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가족애'를 강조했지만, A 씨는 '가족애' 앞서 자신이 먼저 쓰러질 것 같다고 반박했다.

최근 김장철을 맞아 이른바 '김장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는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사먹어도 좋다는 입장을 보이거나, 아예 김치가 없어도 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60대 등 중장년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를 둘러싼 세대별 인식 차이가 확연히 다른 것이다.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조사한 '김장 설문'(성인 남녀 2,538명)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혼 응답자(1,531명) 27%는 '김장 문제로 시댁(본가)이나 친정(처가)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20대 기혼자는 44%가 '그렇다'고 답해 젊은 세대로 갈수록 김장을 둘러싸고 세대 차를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응답자 14%는 아예 김치를 안 먹는다고 응답했다. '김치 없이 살 수 있다'는 답이 20대는 29%, 60대는 20%였다.

김치 수요가 줄면서 김치 냉장고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김치 냉장고를 필수 가전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0대 69%, 50대 83%, 60대 이상 84%가 필수라고 답한 반면, 20대(55%)와 30대(51%)는 절반 정도만 필수품으로 생각했다.

한 대형마트서 판매되고 있는 김치.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관련해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 B 씨는 "김장은 말 그대로 그냥 겨울 동안 먹을 김치를 만드는 것 아닌가, 여기에 마치 제사처럼 무슨 전통, 시어머니와 진솔한 대화 등 무거운 주제를 넣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어른들이 보시기에 '김치를 사 먹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사 먹고 어른들과도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미혼인 20대 중반 여성 C 씨도 "김장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요즘이야 언제 어디서든지 배달 주문을 통해 김치는 물론 계절 영향과 관계없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집안 분위기가 만일 '김장'을 꼭 해야 하는 그런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좀 고민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장을 굳이 하지 않고, 사 먹는 새태를 반영하듯 식품 업계 등에 따르면 김치를 직·간접적으로 구매하는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 김치 시장 규모(소매시장 기준)는 2037억 원으로 지난 5년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까지 더하면 규모는 40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프라인 소매시장서 인기가 있는 제품은 3㎏ 이상의 중용량 제품이다. 구매액은 671억 원, 비율은 32.9%다. 지난 2016년에는 3㎏ 미만 제품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17년 3㎏ 이상 제품으로 역전됐다. 김치를 사 먹는 소비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도 이런 소비 행태가 반영되고 있다. 홈플러스 11월(1~17일)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또 종갓집이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해 총 3115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4.9%가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치.사진=픽사베이

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김치는 반드시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한 누리꾼은 "식자재마트에서 B급(재료) 갈아서 포장한 1KG에 2800원짜리 마늘로 버무린다. 편한 것도 좋지만 이런 김치를 가족 밥상에 올리고 싶나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도 몇 번 주문해서 먹었는데, 결국 내가 해 먹는 거로 결론이 났다"면서 "김치 주문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김장김치 처음에는 좀 팔도 저리고 힘들지만, 몇 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사 먹지 말고 해 드세요"라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시판 김치 구매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직접 담그는 비중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발표한 '2018년 김장 의향 소비자 조사 결과'(전국의 소비자패널 622명을 대상으로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에 따르면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구의 비중이 65%로 집계됐다.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이유로는 '가족이 선호하는 입맛을 맞출 수가 있어서'란 답변이 5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시판김치보다 원료 품질을 믿을 수 있어서(31%)', '절임배추나 김장양념 판매 등으로 김장하기 편리해져서(7%)’가 뒤를 이었다.

관련해 한 40대 남성 직장인 D 씨는 "겨울철 집안 모습은 늘 김장김치를 버무리는 모습만 떠오른다"면서 "이제는 김치를 사 먹기도 하고 그러니 각자 집안 사정에 맞게 알아서 사 먹거나 김장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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