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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 통신사·일본인 필담에 담긴 '굴절된 조선관'

입력 2019. 11. 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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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계림창화집'(鷄林唱和集)은 1711년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와 일본 문인들이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한 책이다.

계림창화집에 따르면 일본인 오미 마사카즈(尾見正數)는 조선인 이현에게 "귀국이 일본과 통신한 일과 과거에 삼한 시대로부터 일본에 조공한 일은 모두 역사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고 도발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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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병 교수 등 연구자들, 1711·1719년 자료 31종 뽑아 해설
"조선, 허세 때문에 일본 알 기회 놓쳐..일본에 문화 전파했단 인식 재고해야"
통신사행렬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계림창화집'(鷄林唱和集)은 1711년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와 일본 문인들이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한 책이다.

계림창화집에 따르면 일본인 오미 마사카즈(尾見正數)는 조선인 이현에게 "귀국이 일본과 통신한 일과 과거에 삼한 시대로부터 일본에 조공한 일은 모두 역사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고 도발적으로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은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미 마사카즈는 "귀국의 책 '경국대전', '해동제국기', '동국통감' 등에는 일본의 사적(事蹟)에 대한 기록이 빠졌거나 와전되기도 했다"며 일본에서 유통되는 조선 책에 담긴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조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일본인은 당시에 적지 않았다. 그 증거는 통신사와 일본인이 나눈 필담과 일본인이 남긴 글, 그림을 모은 필담창화집(筆談唱和集).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낸 신간 '18세기 통신사 필담 1'은 1711년과 1719년 일본에 간 제8∼9차 통신사 관련 필담창화집 중 학술적으로 중요한 31종을 뽑아 분석한 책이다.

연구를 주도한 박희병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국적(一國的) 관점을 벗어나 동아시아적 시각으로 국문학을 하려면 중국은 물론 일본 역사와 사상을 알아야 한다"며 "일본이 한국을 연구한 두께에 비해 한국이 일본을 연구한 두께는 너무도 빈약하다"고 저술 취지를 밝혔다.

박 교수는 책 앞쪽에 실은 도론(導論)에서 18세기 초반 통신사와 일본인 사이 필담에 나타나는 특징으로 '비대칭성'을 꼽았다. 300년 전에도 일본은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고 깊이 연구했으나, 조선은 일본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오미 마사카즈와 이현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 문사들은 조선 서책의 내용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했지만, 조선 문사는 그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조선 선비들이 일본을 이적으로 여기며 그 문화를 얕본 탓이다. 하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태도였다"며 "이런 허세 때문에 조선은 일본을 깊이 알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는 조선통신사 목적에 대해서도 양국 간 인식 차이가 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문사들은 조선이 조회(朝會)하러 왔다고 봤지만, 조선 문사들은 선린우호를 지속하고 조선의 우월한 유교 문화를 보여주러 갔다고 생각했다"며 "조선 문사는 일본이 문화적으로 열등한 오랑캐이며 문명국이 아니라고 여겼으나, 일본은 결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선의 비대칭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18세기 필담창화집에서 모두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따라서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일방적으로 문화를 전파했다거나 우호를 다졌다는 인식은 재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굴절된 조선관이 투영된 필담집이 일본에선 널리 읽혔으나, 조선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필담집은 일본에서 조선에 대한 그릇된 통념과 인식을 강화했고, 19세기 초에 대두한 '정한론'(征韓論)의 배경에는 이렇게 형성된 조선관이 자리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472쪽. 4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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