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언젠가 자유 위해 일어날 것" 중국인 학생도 홍콩 시위 '지지 표명'

김희진 기자 2019. 11. 21. 2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고려대 포럼 발제자로 나서
ㆍ“자유롭고 민주적인 홍콩이
ㆍ훗날 중국 전체의 모습 될 것”

‘중국인 학생.’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토론회 책상에 낯선 이름표가 놓였다. 홍콩, 한국 학생과 나란히 앉은 중국인 유학생 ㄱ씨는 “대자보를 훼손하는 등 비문명적 행동을 저지른 중국 학생들을 대신해 사과를 전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ㄱ씨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다른 중국 유학생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얼굴이 공개됐을 때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ㄱ씨가 말했다. “중국 사람들도 언젠가 자유를 위해 일어날 거예요. 그날, 홍콩이 우리의 모범이 될 거예요.”

20일 저녁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홍콩 운동 : 연대가 중요하다’ 공개 포럼이 열렸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 한국과 홍콩, 중국 학생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5개월 넘게 이어지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한국과 중국 학생들의 연대를 촉구하기 위해 포럼을 마련했다.

포럼은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홍콩 시위를 둘러싼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학생 간 충돌이 이어졌다. 포럼 시작 직전에도 고려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 현장에 있던 중국인 학생이 찾아와 실랑이를 벌이다 떠났다.

발제자로 나선 ㄱ씨는 대부분 중국인들이 홍콩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과 ‘폭력’ 두 가지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ㄱ씨는 “홍콩 시위대가 말하는 독립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이 아닌 사법과 정치체계의 독립”이며 “시위대 중 폭력적인 사람도 있지만 일부 과격한 행동 때문에 전체를 잘못 봐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홍콩인들에게 폭력은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ㄱ씨는 중국인도 홍콩 시위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홍콩이 훗날 중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수진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학생은 중국 학생들과도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2일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을 막으려다 중국 학생들로부터 욕설을 들은 한씨 모습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갔다. 비난·조롱 댓글이 달리며 300회 이상 공유됐다. 한씨는 “대자보를 훼손하고 저를 욕한 사람은 중국 유학생이지만, 저를 가장 옆에서 지켜준 분도 중국 유학생”이라며 “불평등과 심한 빈부격차 속에 비슷하게 살아가는 홍콩과 중국 사람들은 연대해 싸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포럼 주최 측은 홍콩이공대 졸업생이자 교직원인 ㄴ씨와 전화연결도 했다. ㄴ씨는 18일 홍콩이공대 시위 현장을 겨우 빠져나왔다. ㄴ씨는 이공대 현장이 “재앙에 가깝다”며 “우리는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