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일용직 중개 플랫폼을".."청년 불평등 대물림 해법은요?"

이보라 기자 2019. 11. 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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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민과의 대화 패널 참가 노동자 2인의 ‘하지 못한 질문’

“일용직 소속 묻는 모습 허탈” 기회 못 얻은 청년단체 대표 “대통령에 불편한 질문 없어”

광주에 사는 일용직 노동자 정호창씨(51)는 19일 아침 일찍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국민 패널 300명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니 새벽 5시였어요. 가슴 한쪽이 훌훌 털어질 줄 알았는데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정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은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저는 일용직 노동자”라며 입을 뗐다. “하루 시작은 새벽 4시쯤이다. 집에 가면 오후 7시가 된다. 삶의 질은 말할 수가 없다. 요즘같이 춥거나 비가 많이 오거나 여름이 오면 일은 더 없어진다. 중개소에 수수료도 내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이지만 고용노동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노동조합도 없다. 어느 곳에서도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없다.”

문 대통령은 소속이 없는 정씨에게 “어디에 소속돼 있느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정씨는 “대통령이 일용직 노동자가 어떤 존재인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인 20일 저녁 동료와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동료는 정씨에게 말했다. “희망이 없어요. 호창씨가 나서서 얘기했는데 실망만 하고 왔네요.”

정씨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진일보한 논의가 나오길 바랐다. 대부분 질문과 대답이 원론적이었고, 언론에서 숱하게 반복된 주제를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그쳤다고 봤다. 정씨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중개소에 일당 10~20% 수수료를 떼지 않고 사업주와 직접계약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일용직 노동자들이 오전 4시에 집을 나설 필요도, 중개소까지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업무 기록이 플랫폼에 남겨지면 재직증명서가 없어 통장발급도, 대출도 받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정씨는 “이런 대안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33)는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 나갔지만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가 이날 본 문 대통령의 표정은 구김이 없었다. “불편한 질문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죠. 지지율이 40%라면 절반은 반대한다는 건데 반대자들은 토론회에 과연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못한 질문을 다시 해본다. “대통령께서는 과정의 공정은 이야기하지만 결과의 불평등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뒤처진 청년들의 삶은 열악하다”고 말이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헬멧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려 했다. “제가 오늘 들고 온 헬멧은 배달 노동자들이 쓰는 헬멧이다. 김용균이 비정규직을 없애달라고 쓴 안전모이기도 하다. 2019년 상반기 20대 초반 산업재해 사망 8건 중 6건이 배달 노동자 사고다. 청년들의 산재 사망, 불평등, 기득권 대물림을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인지 묻고 싶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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