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회수, 수익금 기부" '유니클로 택갈이' 사태에 보인 반성

문지연 기자 2019. 11. 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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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매한 티셔츠 태그. 왼쪽은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이 공개한 제품 전량 회수 사진. A씨 제공, 엠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

일본 의류 업체 유니클로 옷을 태그만 바꿔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국내 브랜드 ‘엠플레이그라운드’가 해명과 함께 상품을 전량 회수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은 21일 ‘유니클로 태그 갈이’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들은 “지난달 베트남 소재 공장에서 의류를 수입했다. 현지에서 추천한 행사용 완제품을 3만장 샀고 평소처럼 저의 검수 과정에 따라 샘플 의류를 확인해 제품 하자 여부를 살폈다”며 “제품 라벨은 ‘MADE IN VIETNAM’으로 표기돼 있었고 제품 자체 품질에는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판매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모르게 최초의 라벨 위에 다른 라벨을 덧붙인 상태로 엠플레이그라운드에 납품이 됐다”며 “결국 저희 매장에서 고객님들을 위한 상품으로 판매되고 제공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문제를 인정했다.

엠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

그러면서 “베트남 공장에서 추천받은 제품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또 누구의 제작의뢰를 받아 만들어진 것인지 대해서는 따로 알아보거나 확인하지 않았던 책임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그저 해당 공장의 기성 제품으로 알고 좋은 가격에 고객님들께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서 라벨 등 전체적인 검수가 더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점이 후회될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 “국산 브랜드를 믿어주고 알아주시던 구매자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리게 돼 너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상상도 못 했던,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엠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은 이번 사태가 의도적인 것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저희가 의류 택갈이에 관여했거나 유니클로 브랜드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의심과 오해는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노재팬 시기에 그 반사이익을 얻은 국내 기업이 굳이 눈속임 식의 행동으로 제 무덤을 팔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업체 측은 22일 오전 직접 제품 회수 과정을 공개하며 추가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해당 제품을 수입할 당시 티셔츠 상태와 입고 박스를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여기에는 문제가 된 목덜미 부분이 자세히 찍혀 있는데, ‘MADE IN VIETNAM’이라는 별도의 태그가 박혀있다.

엠플레이그라운드 홈페이지

이와 함께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은 제품 전량이 회수된 현재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게시했다. 이들은 “해당 상품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한 뒤 곧바로 수입해온 행사용 제품의 전량을 회수 완료했다”며 “3만 장 중 행사용으로 나간 제품 1만 장은 현재 회수가 어려운 상태로, 매장으로 가져오시면 전액 환불해드리겠다”고 전했다. 이어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담아 국내에서 제작한 자사 제품의 맨투맨 3종을 증정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또 “회수한 2만장에 대해서는 폐기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반성의 취지로 1만장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초로 유튜브에 올려주신 분께는 김지웅 대표가 상황 설명 및 후속 조치 설명과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

A씨가 엠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매한 티셔츠. 목덜미 부분 태그를 긁어내니 유니클로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옷 속에 있는 라벨도 잘려져있다.(왼쪽 작은사진) A씨 제공

앞서 이번 사태는 ‘클린어벤져스’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A씨가 올린 한 편의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일 ‘죄송합니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실패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엠플레이그라운드의 눈속임 행태를 주장했다.

A씨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니클로 불매 운동에 동참 중이었는데 애국 마케팅을 자주 하던 엠플레이그라운드를 방문했다”며 “알레르기 때문에 티셔츠를 사자마자 태그를 뗐는데 유니클로 마크가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옷 속에 있어야 할 라벨도 잘려있었다”며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아 항의하려 했으나 본사와의 연락은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입 매장 직원의 “몇개월 전 납품된 옷을 그대로 판매해 (유니클로 태그의 존재를) 몰랐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말이 안 된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한두 달 된 게 아니지 않느냐”며 “다른 옷들에는 타 업체 태그가 그대로 있다. 고의적으로 유니클로 것만 뗀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엠플레이그라운드 공식 문의 게시판은 해명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글로 도배되기도 했다.

엠플레이그라운드 측은 2020년 6월 17일 이 내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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