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이 부른 '혐중 정서'

허진무·조문희 기자 2019. 11. 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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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일본 상품 불매’ 그림 속 일장기
ㆍ오성홍기로 바꾸고 혐오 표현
ㆍ“한·중 갈등으로 비화 경계를”

22일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홍콩이공대 캠퍼스 내부에 학생들이 옷가지와 헬멧 등을 엮어 만든 ‘SOS’ 글자가 선명한 가운데(위 사진), 홍콩 도심 완차이지구에는 24일 실시되는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운동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홍콩 | AP·AFP연합뉴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일본 상품 불매운동 그림에서 일본 일장기를 중국 오성홍기로 바꾼 그림이 보인다. 그림 아래에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표현도 등장한다. 일부 대학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는 중국인에 대한 비방글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둘러싼 한·중 학생의 갈등 속에 ‘혐중 정서’가 나타났다. 갈등이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ㄱ씨(24)는 “한국 학생과 싸우고 싶지 않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에 화가 나더라도 싸움을 걸어서는 안된다. 다른 중국 학생들에게도 ‘절대 한국 학생들과 싸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 공부하러 온 것이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유학생 ㄴ씨(22)는 “한국 학생들이 책임을 안 져도 되니까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이는 것 같다”면서도 “중국 학생이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ㄴ씨는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에 반대하면 자기 생각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면 된다. 일단 모두가 냉정해져야 한다. 지금 분위기는 사람들이 불타는 느낌이라서 부딪치면 큰불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홍콩 시위를 일부의 ‘폭력 시위’라며 찬성하지 않았다. ㄱ씨는 “한국은 물론 어느 국가든 다른 국가의 일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ㄴ씨는 “시위대의 주장이 홍콩 시민의 일반적 주장인지 불확실하다”며 “시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홍콩 시민이다. 홍콩은 기관사가 없는 기차처럼 시위를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중국인 학생도 소수 있다. 유학생 ㄷ씨(23)는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나를 ‘배신자’로 봤다”고 말했다. ㄷ씨는 “한국 학생의 마음속 중국인의 인상이 심하게 나빠진 것 같다”며 “모든 중국 학생들이 폭력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한국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 지지 학생들도 중국 혐오는 경계한다. 지난 19일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학생단체들은 “중국인을 적대하거나 배척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20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대자보 훼손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하며 “훼손 시도가 한국 대학가에서 혐중 정서로 이어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한·중 갈등이라는 구도를 거부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목소리”라며 “서로의 입장을 획일적으로 바라보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알아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무·조문희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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